
아이들이 공부하고 놀고 친구를 만나는 스마트폰 화면이 성 착취의 통로가 되고 있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이 21개국 아동을 조사한 결과, 12~17세 다섯 명 가운데 한 명꼴로 한 해 동안 기술을 매개로 한 성 착취·학대를 겪었다. 피해 아동 10명 중 4명 이상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15세 미만 소셜미디어 제한법을 도입한 튀르키예에서 유니세프 대표는 "제한 하나로는 아이를 지킬 수 없다"고 경고했다.
아이들의 일상 공간이 위험 지대로
아이들이 공부하고, 놀고, 친구를 만나는 바로 그 화면이 범죄의 통로가 되고 있다. 유니세프는 지난달 3일 보고서 「아이들의 눈으로」를 발표했다. 21개국 인터넷 이용 아동 약 21,000명을 조사한 결과, 12~17세 아동 약 2,000만 명, 곧 다섯 명 가운데 한 명꼴이 한 해 동안 기술을 매개로 한 성 착취나 학대를 적어도 한 차례 겪었다.
1,500만·900만·400만, 그리고 1% 미만
유형별로 보면 원치 않는 성적 콘텐츠에 노출된 아이가 1,500만 명을 넘었다. 의사에 반해 성적 대화나 이미지 공유를 요구받은 아이는 900만 명, 자신의 이미지가 동의 없이 퍼진 아이도 400만 명에 이르렀다. 가해자의 57%는 또래나 친구, 가족처럼 아이가 아는 사람이었다. 피해 사례의 40% 이상은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고, 당국에 신고된 경우는 1%에도 못 미쳤다.
앙카라에서 나온 경고
파올로 마르키 유니세프 튀르키예 대표는 3일 CNN 튀르크와의 인터뷰에서 아동의 온라인 안전이 튀르키예를 포함한 전 세계 아이들에게 가장 큰 위협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학대가 인터넷의 후미진 구석이 아니라 누구나 쓰는 주류 플랫폼에서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설계 단계부터 안전을 넣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임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사고가 난 뒤 대응하기보다 처음부터 안전장치를 심는 편이 훨씬 쉽다고 했다.
튀르키예는 올해 5월 15세 미만의 소셜미디어 가입을 막고, 플랫폼에 연령 확인을 의무화하는 법을 공포했다. 마르키 대표는 이 결정이 시민들의 커지는 걱정에 응답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제한 하나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아이들의 디지털 문해력 교육, 부모·교사와의 협력, 신고 체계의 개선이 퍼즐 조각처럼 맞물려야 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기회이자 위협이라고 했다. 실제로 아동을 성적으로 묘사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 악용된 사례가 있었다. 그런 만큼 기업과 정부, 규제 기관이 국경을 넘어 공동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화면을 끄는 것보다 어려운 일
숫자 뒤에는 말하지 못한 아이들이 있다. 보고서 속 아이들은 두려움과 수치심, 혼란과 고립을 이야기했다. 화면을 빼앗는 것만으로는 그 침묵을 깨지 못한다. 아이가 먼저 말할 수 있는 어른, 신고가 두렵지 않은 제도, 처음부터 안전한 설계가 고루 갖춰질 때 비로소 디지털 세상도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