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똥과 실존주의” — 존재 이유를 묻는 작은 철학 수업

 

 

 

“강아지똥과 실존주의” — 존재 이유를 묻는 작은 철학 수업

 

존재는 본질에 앞선다: 강아지똥이 우리에게 남긴 질문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걸까?”

존재에 대한 이 단순하면서도 본질적인 물음은 오랫동안 인간의 철학을 지배해왔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거대한 질문을 던지는 존재는 철학자가 아닌 ‘강아지똥’이다. 권정생의 동화 『강아지똥』 속 주인공은 이름도, 주인도 없다. 그저 길가에 버려진 채로 존재한다. 그 누구도 그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참새는 조롱하고, 병아리는 피해간다. 강아지조차 그를 만든 순간부터 외면한다. 그런 강아지똥은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왜 여기 있는 걸까? 나는 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존재인 걸까?”

장 폴 사르트르는 실존주의의 중심 명제로 “존재는 본질에 앞선다”고 말한다. 인간은 어떤 특정한 본질(예: 가치, 역할, 기능)을 먼저 부여받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존재한 후에 스스로 본질을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강아지똥』은 이 철학을 기가 막히게 동화적 언어로 보여준다. 처음에는 아무런 쓸모도 의미도 없던 똥. 그러나 그는 민들레를 만나고, 그 민들레가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스스로의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존재의 철학은 거창하지 않다. 그저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 하나가, 그를 무가치에서 의미 있는 존재로 전환시킨다. 강아지똥은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다. 세상이 규정한 본질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의미 속에 자존감이 살아 숨 쉰다.

 

자기혐오와 수용, 존재의 고통을 직시하는 순간

 

“나는 더럽고,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강아지똥은 태어난 순간부터 혐오의 대상이다. 심지어 자기 자신조차도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며, 눈물을 흘린다. 이 장면은 단순한 동화적 장치가 아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수많은 인간의 ‘자기혐오’를 그대로 투영한다. 우리의 자존감은 대부분 외부의 기준에서 결정된다. 어릴 때는 성적, 커서는 스펙, 나이 들면 소득이나 직업, 관계. 어떤 역할도 해내지 못한다고 느끼는 순간, 인간은 스스로를 ‘쓸모없는 존재’로 여기기 시작한다.

 

“나는 실패자야.”

 

“내가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가.”

 

이 자기혐오의 구조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무너진다. 하지만 존재의 고통을 견디며,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순간, 비로소 자존감은 다시 자란다. 강아지똥이 자기 눈물 속에서 ‘쓸모 없음’이 아니라 ‘필요함’을 발견하게 되는 과정은 모든 자아의 회복을 상징한다. 실존이란, 버림받은 상태에서도 의미를 찾아가려는 용기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난 자존감의 재정의

 

세상의 시선은 참 잔인하다. 겉모습, 직업, 능력, 성과. 모두가 기준이고 점수표다. 이 시선에 부합하지 못하는 순간, 사람은 곧 ‘낙인’을 받는다. ‘실패자’, ‘패배자’, ‘쓸모없는 인간’. 강아지똥이 겪은 것도 바로 이런 사회적 시선이다. 그러나 민들레를 만나고 나서 그는 깨닫는다. 자기 존재의 가치는 남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살기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타인의 눈에 가치 없어 보이는 존재라도, 한 생명을 살리는 거름이 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하다. 자존감이란, 스스로를 가치 있는 존재로 여기는 힘이다. 그 힘은 다른 사람의 시선이 아닌 자기 내면에서 솟아난다. 존재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용기, 그것이 곧 자존감의 본질이다.

 

실존의 꽃이 피어나는 조건: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용기

 

『강아지똥』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마지막이다. 강아지똥은 민들레 뿌리 속으로 스며들며 이렇게 말한다.

 

“네가 나를 써준다면 나는 기꺼이 너에게로 갈게.”

 

그는 더 이상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민들레가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에 기꺼이 자신을 내어준다. 이 장면은 실존주의의 궁극적 메시지를 품고 있다. ‘받아들임’과 ‘기꺼움’은 존재를 넘어선 의미로 나아가는 문이다. 세상이 말하는 쓸모와 가치가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이유와 용기로 존재가 꽃을 피운다. 자존감이란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자기위로가 아니다. ‘내가 어떤 모습이든, 나는 나로서 의미 있다’는 수용에서 비로소 실존의 꽃이 핀다. 그 꽃은 때론 민들레일 수도 있고, 때론 강아지똥의 눈물 속에서 피어날 수도 있다.

 

존재하기에 나는 의미 있다

 

《강아지똥》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동화이지만, 어른들이 먼저 읽어야 할 철학책이다. 실패감, 외로움, 소외, 무가치함…

이 모든 감정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살아 있고’, ‘존재한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세상이 뭐라 해도, 나는 나의 방식으로

꽃을 피울 수 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민들레이고, 또 다른 이의 강아지똥일 수 있다.

 

 

삶을 바꾸는 동화 신문 기자 kjh0788@naver.com
작성 2025.08.14 14:27 수정 2025.08.14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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