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곧 전지전능한 신인 이승

기독교의 탈을 쓴 착취와 전쟁… 오늘날 ‘힘이 곧 정의’라는 냉혹한 진실


중세 '믿음'의 시대를 깨고 인간 중심 ''의 부활로르네상스는 신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킨 혁명이었다


중세에 일어난 르네상스(Renaissance)는 어의적으로 Rebirth, 즉 재생 혹은 부활을 의미한다. 재생이라는 것은 죽었던 그 무엇이 다시 살아남을 의미하는데 이 경우 죽었던 것은 무엇이고 다시 살아난 것은 무엇일까?

 

<사진; AI image. antnews 제공>

그것은 바로 “Learning”, 의 재생이었다. 중세시대 동안 강조되었던 것은 믿음”, “Believing”이었다. 믿음이란 신을 주체로 삼고 인간을 그 예속물로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다. 그러나 앎이란 인간을 중심으로 하여 신과 자연을 인식하고 나아가 인간 자체를 인식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앎의 주체는 신이 아닌 인간이다. 그러므로 앎에 있어서는 신도 인간의 한 인식 대상일 뿐이다. 믿음은 신이 존재하기 때문에 인간이 존재한다고 전제하지만, 앎은 정반대로 인간이 존재하기 때문에 신이 존재한다고 전제한다. 르네상스는 이처럼 인간을 신의 노예적 신분에서 자유인의 신분으로 환원시켜준 전환점이었다.

 

그것은 신의, 신을 위한, “신에 의한(of the god, for the god, by the god) 세상인간의, 인간을 위한, 인간에 의한(of the human, for the human, by the human) 세상으로 바꾸어 놓는 것이었다. 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휴머니즘(Humanism), 인간주의 세상이었다.

르네상스에서 말하는 인간은 독립된 개별적 인간(Individual)이었다. 그런 개인주의는 개인의 판단에 근거하여 사물을 인식하는 것이므로 절대적 진리란 있을 수 없으며 개인의 판단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 진리가 있을 뿐이다. 또 개인주의는 개인의 중요성을 강조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자유주의로 연결된다. 따라서 그런 개인주의는 결국 상대주의를 탄생시키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서구의 근대 자유주의는 바로 르네상스가 몰고 온 개인주의와 상대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겉으로 보면 르네상스는 이렇게 신 중심 세계를 인간중심 세계로 바꾸어 놓은 것이었다.

 

그런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것은 신에게 착취당했던 부()를 인간 자신에게 되돌려 놓는 작업이었다. 르네상스 이전의 인간은 신의 속민(屬民)으로서 모든 재산을 그 주인인 신()에게 바칠 의무가 있었고, 교회는 그 속민의 의무를 주지시키고 신()을 대신하여 재산을 수납하고 관리하는 곳이었다. 따라서 신의 권능을 강조하면 할수록 교회의 재산과 부는 늘어났고 세속민의 가난과 굶주림은 깊어졌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신()이라는 수단을 동원한 교황과 소수 지배계급이 세속민의 부를 착취하는 것이었다.

중세 암흑시대를 지내는 동안 사람들은 종교의 미소 뒤에 감추어진 이런 추악한 모습을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르네상스는 그 추악한 착취의 굴레를 벗어나 자신의 노동 가치를 자신에게 돌려놓고자 하는 몸부림이었다. 이렇게 르네상스는 신에게 빼앗겼던 인간적 가치를 인간 자신에게 되돌려 놓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르네상스는 그렇게 모든 길은 신으로 통한다는 기독교의 획일주의적 속박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켜 놓았다. 이는 중세 기독교가 인간을 신국(神國)이라는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가두어 모진 형을 가하면서 신의 노예로서 복역하도록 강요하였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기독교가 그렸던 신국(神國)은 인간을 고통으로부터 구해준 천국이 아니라 신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추악한 불의와 고통만 있었던 지옥이었음을 무언 중에 고발하는 것이기도 했다. 사가(史家)들이 중세의 기독교 시대를 암흑시대(暗黑時代, Dark Ages)”라 일컫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동서를 불문하고 이제 모든 길은 신으로 통한다는 논리는 사라지고 힘의 논리가 인간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아이러니컬(Ironical)하게도 이 새로운 논리 또한 기독교가 앞장서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었다. 로마 교황청이 일으킨 십자군 전쟁은 힘이 곧 승리요, 신의 뜻이라는 사실을 행동으로 입증한 전쟁이었다. 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또한 힘이 곧 승리요, 신의 뜻이라는 사실을 더욱 확고히 심어준 전쟁이었다. 힘 있는 나라는 온갖 학살을 저질러도 승전국이 되어 엄청난 전쟁배상금을 물리고 점령군이 되어 온갖 행패를 부렸지만, 힘없는 나라는 온갖 기도와 온갖 애원을 다했지만 패전국이 되어 엄청난 생명을 잃고 엄청난 경제적 고통을 당해야 했다.

 

그렇게 기독교 국가들은 신의 힘보다 현실적 힘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한편,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것이 아니라, 힘 있는 자를 돕는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행동으로 공언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오늘도 신에게 엎드려 기도하고 읍소(泣訴)하며 천복을 빈다. 하느님의 종이 되는 것이 그리도 소원이라면 무슨 지랄발광을 떨든 저승에 가서 하라. 힘이 곧 전지전능한 신인 이승에서는 제발 힘을 기르자. 제발 싸움질 하지 말고 개인의 힘, 민족의 힘, 국가의 힘을 기르자.

 

 

-손 영일 컬럼 



작성 2025.08.20 09:21 수정 2025.08.20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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