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교섭은 사랑일까 감시일까: 자녀를 이용한 전 배우자 통제

면접교섭은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양육비 소송의 그림자: 법의 허점을 파고든 감정의 전쟁

왜 그는 자녀를 통해 전 아내를 계속 바라보는가

[놀이심리발달신문]  면접교섭은 사랑일까 감시일까: 자녀를 이용한 전 배우자 통제   김주연 기자 

 

 


면접교섭은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아이를 보러 오는 게 아니야. 나를 감시하러 오는 거야." 이혼 후 자녀와의 면접교섭을 둘러싼 갈등은 이제 법적 권리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전의 장이 되고 있다. 애초에 면접교섭은 자녀의 복리를 위해 존재한다. 아이가 부모 양쪽 모두와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하지만 이 제도가 어떤 이들에게는 전 배우자를 통제하고 압박하는 수단으로 변질된다. 이혼 후에도 '부모 역할'은 계속된다. 그러나 문제는 일부 부모가 '양육자에 대한 감정'을 떨치지 못한 채, 부모 역할이라는 명분 아래 전 배우자에게 끊임없이 개입하려 한다는 데 있다. “아이를 데려갔더니, 집안 구조를 살핀다. 뭘 먹이고 누구를 만나느냐를 끝없이 캐묻는다.” 많은 양육자들이 토로하는 말이다. 아이를 위한 사랑인지, 아직 놓지 못한 미련인지. 면접교섭이 점차 '자녀를 통해 전 배우자에게 접근하는 통로'가 되어버리는 상황은, 결국 아이에게도 불안을 심어준다. 이혼이 끝이 아닌 시작이 되는 이유다.

 


양육비 소송의 그림자: 법의 허점을 파고든 감정의 전쟁

 

양육비는 법적으로 규정된 부모의 책임이다. 그러나 이 책임이 '무기'가 될 때, 문제는 심각해진다. 일부 부모들은 양육비를 지급하면서 자신에게 '통제권'이 있다고 착각한다. "내가 돈을 주고 있으니, 내 방식대로 면접교섭도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이 그러하다. 이들은 자녀를 만나기 위해 정당한 권리를 주장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실제 행동은 집요한 스토킹에 가깝다. 방문 일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아이가 거부해도 끌고 가고, 양육자에게 사사건건 간섭한다. 여기에 법원 결정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양육비 지급을 중단하거나 소송을 제기한다. 이런 방식은 법의 틈을 이용한 정서적 보복에 가깝다. 이처럼 '소송'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다. 감정의 잔재가 지배하는 전장이다. 이혼 이후, 자신의 분노와 억울함을 해소할 창구로 법적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 사이에서 아이가 방패막이 역할을 하며 심리적 상처를 입는다는 데 있다.

 


왜 그는 자녀를 통해 전 아내를 계속 바라보는가

 

이혼은 두 사람의 결혼관계를 법적으로 정리하는 행위다. 하지만 심리적으로는 '끝냄'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다. 특히 관계를 먼저 떠난 쪽에 대한 분노, 수치심, 소외감은 오랜 시간 잔존한다. 그 감정을 해소하지 못하면, 면접교섭이라는 통로를 통해 계속해서 전 배우자에게 메시지를 보내게 된다. "나는 여전히 네 삶 안에 있다." 이런 행동은 종종 '자녀에 대한 사랑'으로 포장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녀가 아닌 전 배우자를 향한 감정의 연장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전치(轉置)'**라고 한다. 본래의 감정을 해결하지 못해 다른 대상에게 투사하는 방식이다. 자녀에게 향하는 극단적 집착은 사실 전 배우자에 대한 감정의 변형일 수 있다. 자신이 가장이었을 때 느꼈던 권력, 통제력, 가정 안의 중심이라는 감각이 무너졌을 때, 이를 회복하기 위한 방식이 자녀를 경유한 전 배우자 통제가 되는 것이다. 자신이 배제된 가족의 현실을 견디지 못한 심리가 그들을 괴물로 만들고 있다.

 


제도의 틈새에서 고통받는 아이들

 

"아빠랑 나가기 싫어. 근데 엄마가 또 힘들어할까 봐 나갔어." 면접교섭을 앞둔 어느 초등학생의 말이다. 아이는 감정의 균형추가 아니다. 그런데도 이혼한 부모 사이에서 중재자처럼 행동하도록 강요받는다. 특히 면접교섭이 감정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질 경우, 아이는 심리적 갈등과 불안을 겪는다. 법은 '면접교섭 불응 시 강제 집행 가능'이라는 조항을 두고 있지만, 현실에서 아이를 억지로 데려가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와 같은 정서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부모 모두 아이의 ‘행복’을 말하지만, 정작 아이는 그 행복을 느낄 수 없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안전하고 예측 가능한 관계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감정의 들러리가 되는 것이 아니다. 아버지가 아이를 통해 전 아내를 통제하고, 어머니가 그것을 방어하며 고통받는 구조 속에서, 아이는 점점 자신을 '문제의 원인'으로 느끼게 된다. 이것이 면접교섭의 가장 큰 폐해다. 부모의 감정 미해결은 아이의 정신건강을 볼모로 삼는다.

 


당신의 면접교섭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당신이 자녀를 만나는 그 시간, 그 대화, 그 표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자녀인가? 아니면 여전히 분노와 원망이 남아 있는 전 배우자인가?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자녀를 통해 전 배우자를 통제하려는 시도는 결국 '사랑'이 아닌 '폭력'이다. 그리고 아이는 그 폭력의 가운데 서게 된다. 면접교섭이라는 제도는 자녀의 행복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감정의 도구로 변질될 때, 제도는 폭력이 되고, 사랑은 상처가 된다. 지금도 많은 법원은 면접교섭을 '부모의 권리'로 바라보지만, 이제는 '자녀의 권리'로 관점을 바꿔야 한다. 아버지가 자녀를 사랑한다면, 전 아내가 아닌 아이의 시선에서 면접교섭을 설계해야 한다. 미련, 억울함, 분노. 그 감정들은 어른의 방식으로 해결하자. 아이에게 넘겨주지 말자.

 


더 알아보기

 

면접교섭 제도란?
민법 제837조에 따라 이혼한 부모 중 자녀를 직접 양육하지 않는 부모가 자녀를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심리학 용어 ‘전치(轉置)’
감정을 직접 표현하기 어려운 대상 대신 다른 대상에게 옮겨 푸는 심리적 방어기제. 이혼 후 전 배우자에게 향했던 감정이 자녀에게 전치되어 나타나는 사례가 있다.

 

작성 2025.09.03 13:36 수정 2025.09.0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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