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아름답고 살기좋은 세상

십자군 전쟁, 신의 뜻이 아닌 인간의 탐욕으로 기록된 역사

천리(天理) 대신 인리(人理)를 따른 종교의 그림자, 오늘도 계속되는 전쟁


인류역사에 나타난 모든 종교는 천복(天福)과 천은(天恩), 사랑과 자비, 용서와 평화를 외쳤다. 왜 그랬을까? 사람들이 바로 그런 것들을 바랐기 때문이다. 이렇게 종교는 사람들이 바라는 것을 제공해 주기 위해 종교적 교리와 경전을 만들고 믿음을 강조했다. 즉 종교가 먼저 천리와 인리에 맞는 교리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가르친 것이 아니라, 거꾸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를 연구하여 종교적 교리를 만들었던 것이다.

 

<사진: AI image. antnews 제공>

이렇게 모든 종교의 출발점은 하늘의 천리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사람의 인리에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탄생한 모든 종교는 사람에서 출발하여 하늘까지 거론하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쉽게 말하면 사람사는 세상원리를 하늘의 천리로 둔갑시켰던 것이다. 대표적인 종교전쟁인 십자군 전쟁을 이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십자군 전쟁은 1095년에 시작되어 1291년까지 약 200여년 동안 총 8차례에 걸쳐 치러졌다. 109511, 프랑스 클레르몽 공의회(Council of Clermont)에서 교황 우르바노 2(Urbanus PP. II)신이 그것을 바라신다(Deus lo vult)”고 외쳤다. 연이어 우르바노 2세는 십자군 전쟁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는 하나님의 면죄가 주어진다고 선언했다. 하나님의 면죄가 있을 것이라는 이 말에 유럽의 제후들은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예루살렘으로 출정했다.

 

그렇게 시작된 제1차 십자군 전쟁은 유럽인의 승리였다. 하지만 예루살렘을 점령한 유럽인은 그 주변 레반트(Levant) 지역까지 점령해 예루살렘 왕국(Kingdom of Jerusalem)”을 건설했다. 이에 이슬람 군대는 빼앗긴 영토와 예루살렘을 되찾기 위해 알라는 위대하다(Allāhu Akbar)”고 외치며 유럽의 십자군에 대항해 싸웠다. 그렇게 시작된 제2차 십자군 전쟁에서는 살라딘(Salah ad-Din)이 이끄는 이슬람군이 예루살렘을 탈환하고 빼앗긴 영토의 대부분을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영국의 사자심왕 리처드 1(The Lionheart Richard I)와 살라딘(Salah ad-Din)의 대결로 유명한 제3차 십자군 전쟁에서는 십자군이 예루살렘까지 진격하지도 못하고 지중해의 몇몇 항구 도시를 두고 전투가 벌어졌지만 십자군은 일부 해안 지역을 점령하고는 철수했다. 이탈리아의 베네치아가 참전한 제4차 십자군 전쟁은 엉뚱하게도 예루살렘이 아닌 같은 기독교 국가인 비잔틴제국(Eastern Roman Empire: 동로마제국)을 공격했다. 그리고 십자군은 비잔틴제국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베네치아는 그때의 승전 보상으로 크레타섬을 얻었고, 지중해와 흑해의 해상을 장악했다. 이처럼 당시의 십자군 전쟁은 이권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5차 십자군은 이집트에 도착하자마자 나일강 하구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참패했고, 겨우 살아남은 무리는 유럽으로 철수했다. 6차 십자군 전쟁에서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프리드리히 2(Friedrich II)는 전투가 아닌 협상으로 예루살렘의 23를 되찾았다. 그 협상으로 얼마 동안 예루살렘은 기독교 측과 이슬람교 측이 공동으로 통치하게 되었다. 그 후 제7차와 8차의 십자군 전쟁이 계속 되었지만 십자군이 레반트지역에 세운 예루살렘 왕국이 완전히 멸망하고 예루살렘은 이슬람 측에 돌아갔다.

 

이런 십자군 전쟁을 순수한 성전(聖戰)으로 평가하는 역사학자는 거의 없다. 반대로 교황과 황제의 권력 투쟁, 유럽 제후들의 영토와 이권 투쟁, 일부 기사들의 모험심 등이 십자군 전쟁의 본질이었다고 평가한다. 이렇게 십자군 전쟁은 인간적 욕망에 종교적 명분이 더해진 전쟁이었다. 그 결과 남은 것은 200여 년 동안의 전쟁에 희생된 수많은 젊은이들, 서로 쏜 포탄에 파괴된 도시들, 유럽 전역의 경제적 파탄, 기독교와 이슬람교 사이에 남은 지울 수 없는 증오뿐이었다.

 

오늘날 세상 사람들은 이런 십자군 전쟁의 역사를 거울삼아 욕심과 증오를 버리고,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외친다. 그러나 그런 외침은 언제나 허공 중에 산산이 흩어진 외침이 되고 만다. 오늘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전쟁, 러시아와 우크라아니 간의 전쟁,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어쩌면 하나님도 부처님도 알라신도 없는 세상, 그래서 종교도 없고 신앙도 없고 오직 자연환경에 부딪쳐 가면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 뿐인 세상,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이 밤낮처럼 교차해 가는 진짜 하늘이 만든 세상이 보다 아름답고 살기 좋은 세상인지도 모른다. 위에서 보듯 종교는 항상 그들이 외쳤던 사랑과 자비, 용서와 평화가 아니라 증오와 대립, 전쟁과 파괴를 달고 다녔기 때문이다.

 

그들의 사랑은 왜 증오를 일으키고, 그들의 평화는 왜 전쟁을 일으켰을까? 그들이 내세운 신은 인간적 욕망으로 가득 찬 그들이 만든 그들의 꼭두각시였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믿는 신보다 더 좋은 남의 신도 있다고 말하는 종교인은 아무도 없다. 우리만 가지고 있는 둘도 없는 유일한 특산품이니 믿고 구매하시라는 장사꾼의 자기 자랑과 무엇이 다를까?

 

 

-손 영일 컬럼



작성 2025.10.04 09:00 수정 2025.10.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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