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비보다 아이의 미래가 더 비싸다 ― 신경발달중재 놀이치료 ‘환급 불가’ 논리를 넘어 급여화로 가야 하는 이유 ―

법은 ‘의료비’ 정의를, 병원은 ‘NZ009’를 말한다

‘의료비’의 협소한 법 해석이 만든 사각지대

놀이를 치료로, 치료를 권리로

[놀이심리발달신문]  치료비보다 아이의 미래가 더 비싸다 ― 신경발달중재 놀이치료 ‘환급 불가’ 논리를 넘어 급여화로 가야 하는 이유 ― 박혜진 기자

Ⅰ. 시작: “놀이가 치료가 아니라고요?”

 

“아이에게 꼭 필요한 치료라고 의사가 말했는데, 보험이 안 된대요.” 2025년 봄, 한 병원에서 의사의 처방 아래 임상심리사가 시행한 놀이치료 비용조차 실손의료보험(어린이보험 포함) 보장 대상이 아니라는 1심 판결이 나왔다. 해당 사건에서 법원은 **“자격 없는 자가 시행한 신경발달중재치료에 대한 보험금 지급 채무는 없다”**고 봤다. 피고는 현대해상이었고, 원고 청구는 기각됐다. 이 판결은 곧바로 “놀이치료=비(非)의료비”라는 시장 시그널로 확산했고, 일부 보험사들이 지급 심사를 더욱 보수적으로 돌리는 분수령이 됐다. 현장의 체감은 분명하다. 언어재활·감각통합치료는 여전히 건별로 환급이 이뤄지지만, 놀이치료만큼은 유독 ‘보험 바깥’에 묶여 있다. 업계에서는 “여타 손보사들은 조건부 지급(의료기관 내, 의사 지시, 자격기준 충족 등) 사례가 있었으나 2025년 이후 심사가 까다로워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현대해상은 2025년 일련의 판결들을 전면 근거로 ‘비급여 의료비 해당 없음’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Ⅱ. 배경: 법은 ‘의료비’ 정의를, 병원은 ‘NZ009’를 말한다

 

쟁점의 핵심은 놀이치료 비용이 ‘의료비’인가다. 2025년 5월 전국법원 주요판결 공지에는 “민간자격 놀이심리상담사의 놀이치료 비용은 의료비가 아니다”라는 취지가 명시됐다. 법원은 의료비를 **‘국민건강보험법·의료급여법 체계 안에서 인정되는 의료행위로 발생한 비용’**으로 좁게 해석했고, 의료인(또는 법령상 의료행위를 보조할 수 있는 자격자)만이 그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런데 현장 구조는 다르다. 국내 다수 병원은 ‘신경발달중재치료(NZ009)’ 코드로 놀이·예술·행동 기반 중재를 병원 비급여 항목으로 투명하게 고지하고 있다. 서울시 어린이병원, 명지병원, 울산대병원 등의 비급여 공개자료에는 ‘NZ009 신경발달중재치료(놀이/예술/행동 등)’ 항목과 수가가 분명히 기재돼 있다. 즉, 병원 진료체계 안에서 이 중재는 의료영역 내 비급여 행위로 운영되고 있지만, 민간보험은 이를 ‘의료비’로 보지 않으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진료 현실과 민간보험 해석 사이의 괴리가 벌어진 것이다. (참고로, 자보수가 기준에도 NZ009 ‘신경발달중재치료’가 명시돼 있다. 제도 지형도는 일관되게 ‘의료영역 안의 비급여 행위’로 바라보는 흐름에 가깝다.) 

 

Ⅲ. 다양한 관점: 판례·가족·현장의 말들

 

법원은 ‘의료비’의 정의를 엄격히 본다. 민간자격 놀이심리상담사가 시행한 놀이치료 비용은 실손 보장대상이 아니다라는 최근 판결들이 잇달아 소개됐고, 법률매체들도 이 논리를 정리했다. 동시에 “놀이치료의 효용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단서를 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지급’ 근거로 작동한다. 부모들은 반발한다. 부모연대 발달지연특위는 2025년 3월 집단행동에 나서 “의사 주도 아래 진행된 놀이치료조차 전면 배제하는 건 과도한 해석”이라며 소송과 청원을 병행했다. 핵심 쟁점은 ‘의사 지시·병원 내 시행’임에도 자격 문제만으로 전면 배제할 수 있느냐였다. 현장 치료자들은 신경발달 관점을 말한다. 뇌 발달은 뇌간–변연계–전전두엽의 위계적 통합으로 이뤄지고, 정서·관계·자기조절 회복이 상위 기능(언어·인지·학습)의 전제다. 놀이 기반 중재는 이 하위 회로를 안전한 관계 안에서 반복·조율해 신경가소성을 촉진한다. 해외 메타분석·실증연구는 놀이·상호작용 중심 개입이 아동의 정서·행동조절과 실행기능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보고한다. (예: CCPT 생리지표 개선, 국내 집단놀이치료 메타분석, ADHD 집단놀이치료 평균효과크기 큼). 또한 아동 불안·외상 관련 신경과학은 편도체 과활성–전전두엽 조절 저하라는 전형적 패턴과, 치료·훈련을 통한 조절회복 가능성을 꾸준히 보여줘 왔다. 놀이가 ‘치료’로 기능할 수 있는 신경학적 토대다. 

 

Ⅳ. 논증: ‘의료비’의 협소한 법 해석이 만든 사각지대

 

지금의 민간보험 관행(특히 2025년 판결 이후 강화된 해석)은 세 가지 문제를 낳는다.

 

의료체계–보험해석 불일치
병원은 NZ009로 신경발달중재치료를 명시해 비급여 의료행위로 운영한다. 그러나 민간보험은 이를 ‘의료비’로 보지 않으려 한다. 동일한 치료가 병원 안에선 의료, 보험에선 비(非)의료가 되는 역설이 벌어진다. 이는 제도 신뢰를 떨어뜨린다. childhosp.seoul.go.kr+1

 

자격 잣대의 과도한 일반화
법원은 “의료인 또는 법령상 보조자격자만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문제는 현실에선 의사 지시·진료체계 내 협업 아래 임상심리사·놀이전문가가 수행하는 중재도 많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자격 한 요소만 떼어 전면 배제하면, 필수 치료 접근성이 떨어지고 가정의 소득·정보격차가 곧 치료격차가 된다. (현대해상 사건에서조차 ‘놀이치료의 효용은 부정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실무영향은 ‘불지급’이다.) 

 

사회적 비용의 외부화
놀이기반 조기개입은 이후 교육·의료비 부담을 유의미하게 줄일 가능성이 크다(국내외 근거 기반 심리치료 메타분석 및 실행기능·행동조절 지표 개선). 그러나 보험이 이를 구조적으로 외면하면, 비용은 가정과 공공(특수교육·아동정신건강) 재정으로 전가된다. 보험의 위험분산 기능 부재가 장기 사회비용을 키우는 셈이다.

 

Ⅴ. 결론: “놀이를 치료로, 치료를 권리로”

 

해결책은 명료하다. 

급여·비급여 구도의 정합성 회복: NZ009로 운영되는 신경발달중재치료에 대해 의사 지시·의료기관 내 시행·자격기준 충족 등 명확한 요건을 전제로 민간보험 보장 가이드라인을 표준화해야 한다. (‘병원은 의료, 보험은 비의료’의 모순을 해소) 

법·약관 정의의 현대화: ‘의료비’ 정의를 아동정신·신경발달 영역의 팀기반 치료에 맞게 정교화해야 한다. 법원이 인정한 원칙(무면허 의료행위 금지)을 존중하되, 의사 주도–자격자 협업–병원 내 시행의 구조라면 보장대상으로 명시하는 입법·약관 개선이 필요하다. 

정책적 일관성: 보건복지부·금융당국 협업으로 민간보험 표준약관에 신경발달중재 항목을 반영하고, 아동정신건강 국가전략과 민간보험의 역할을 연결해야 한다. (부모단체의 청원·소송은 그 공백을 메우라는 신호다.) 

 

아이의 뇌는 오늘도 자라는데, 제도는 아직 ‘놀이’를 붙잡아 두고 있다. 놀이치료 급여화·보장 확대는 ‘선택적 복지’가 아니라 신경학적 평등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약속이다. 치료비보다 더 비싼 것은 아이의 잃어버린 시간이다. 지금, 바꿔야 한다.


 

작성 2025.10.04 22:52 수정 2025.10.04 22:53

RSS피드 기사제공처 : 놀이심리발달신문 / 등록기자: 박혜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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