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으’라는 위협 대신, 아이의 마음을 번역해 주세요” — 초기 양육 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한 걸음

부모의 실망은 ‘부모됨의 성장통’이다

치료 권유가 말해주는 건 ‘부족함’이 아니라 ‘가능성’이다

아이의 마음을 번역하는 법: 눈앞의 반항 뒤에 숨은 메시지 읽기

 

[놀이심리발달신문] ‘쓰으’라는 위협 대신, 아이의 마음을 번역해 주세요” — 초기 양육 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한 걸음  홍수진 기자 

“쓰으”의 순간, 진짜 화가 난 건 누구일까

 

“24개월 딸이 말을 안 들어서 ‘쓰으’ 하고 윽박지르게 돼요.” 상담실에 앉은 엄마는 조금도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누구보다 진심으로 아이를 사랑했고,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을 때, 엄마의 마음속에서는 통제할 수 없는 불안이 솟았다. “내가 잘못 키우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화’의 형태로 올라오는 것이다. 심리학자 도널드 위니컷(D. W. Winnicott) 은 『The Child, the Family, and the Outside World(1964)』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이의 문제로 보이는 많은 것들은 사실 부모의 불안을 비추는 거울이다.” 아이의 반항, 떼쓰기, 심지어 눈치 보는 행동조차도 부모의 내면 불안을 비추는 작은 반사광일 수 있다. ‘쓰으’는 단지 훈육의 표현이 아니다. 그것은 아이에게 보내는 엄마의 불안 신호이며, 동시에 “내가 무너질 것 같아”라는 무언의 구조 요청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치료의 첫걸음은 아이를 고치는 게 아니라, 엄마의 불안을 이해하는 일이다. 아이의 반응은 단지 결과일 뿐, 출발점은 언제나 부모의 감정 상태에서 시작된다.

 


부모의 실망은 ‘부모됨의 성장통’이다

 

초기상담에서 “아무 문제 없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싶었던 엄마가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들었을 때 실망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그것은 부모로서의 실패가 아니라, ‘부모됨’의 성장통이다. 미국의 발달심리학자 메리 에인스워스(Mary Ainsworth) 는 애착이론 연구에서, “부모의 민감성(sensitivity)은 완벽함이 아니라, 실수 후 회복의 과정에서 형성된다”고 했다. 즉, 완벽한 양육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아이는 부모의 일관된 반응보다도 부모가 회복하는 모습을 통해 안정감을 배운다.


엄마가 상담 결과에 실망했다는 건, 여전히 자신의 양육을 ‘성적표’로 해석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상담은 평가가 아니라 ‘탐색’이다. 치료 권유는 잘못의 증거가 아니라, 부모와 아이가 함께 성장할 가능성에 대한 제안이다. 세계보건기구(WHO) 또한 『Early Childhood Development and Parenting Support Framework(2020)』에서, “부모의 스트레스 관리 능력은 아이의 언어 및 사회성 발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명시했다. 이는 ‘엄마의 마음을 돌보는 일’이 곧 아이의 치료라는 점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한다.


 

치료 권유가 말해주는 건 ‘부족함’이 아니라 ‘가능성’이다

 

치료 필요 소견을 받았을 때 많은 부모들은 “내가 잘못했구나”라는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심리치료는 결코 ‘고장 난 무언가를 고치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성장 과정의 일부분을 보완하는 곳이다. 영국의 소아정신과 의사 존 볼비(John Bowlby) 는 “치료는 아이가 아닌 관계의 패턴을 변화시키는 과정”이라고 했다. 24개월은 언어 발달과 자율성 발달이 급격히 교차하는 시기다. 이 시기에 아이가 엄마의 통제를 거부하는 건 정상적인 발달 과정이며, “내가 나일 수 있음을 증명하려는 자연스러운 몸부림”이다.


문제는 아이의 반응이 아니라, 그 반응을 받아들이는 부모의 해석 방식이다. 엄마가 아이의 ‘아니야’를 ‘나를 거부하는 행동’으로 받아들이면 관계는 싸움이 된다. 하지만 그걸 ‘아이의 자율성 표현’으로 받아들이면 관계는 대화가 된다. 따라서 치료는 아이를 ‘정상화(normalize)’하는 게 아니라, 부모가 “관계의 언어를 다시 배우는 과정”이다. 심리학자 앨런 쇼어(Alan Schore) 는 2021년 미국정신분석학회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영유아기 치료의 핵심은 감정 조절의 공동체적 학습이다. 아이가 아니라, 부모가 함께 치료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즉, 치료는 아이를 낙인찍는 게 아니라, 가족 전체가 함께 감정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아이의 마음을 번역하는 법: 눈앞의 반항 뒤에 숨은 메시지 읽기

 

24개월 아이의 ‘거부’나 ‘반항’은 대부분 이렇게 번역할 수 있다. “엄마, 나 혼자 해볼래요.” “내가 싫은 게 아니라, 내가 나인 게 좋아요.” “엄마가 화내면, 나는 더 무서워요. 그래서 더 버텨요.” 미국 하버드대 아동발달연구소(Harvard Center on the Developing Child)는 보고서(2023)에서 이렇게 명시했다.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언어로 번역해주는 ‘emotion labeling’ 능력은 아동의 전전두엽 발달과 자기조절 능력을 강화한다.”

 

즉, 아이의 분노를 있는 그대로 ‘읽어주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치료다. “지금 화났구나, 엄마 말이 싫었구나” 하고 말해주는 순간, 아이의 뇌에서는 공감 호르몬인 옥시토신(oxytocin) 이 분비되며, 불안 호르몬 코르티솔(cortisol) 의 분비가 낮아진다. 이는 단순한 말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입증된 정서적 조절 행위다. 그렇기에 상담실에서 “치료가 필요합니다”라는 말은 곧 “당신이 아이의 마음 번역가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라는 의미와 같다. 엄마가 아이의 감정을 읽고, 스스로의 불안을 돌보는 연습을 시작할 때, 치료는 이미 그 순간부터 진행되고 있다. 

 


‘아무 문제 없다’는 말보다, ‘함께 바꿔볼 수 있다’는 희망을

 

양육은 완벽한 상태를 유지하는 싸움이 아니라, 불안과 회복을 반복하며 관계를 단단히 엮어가는 여정이다. ‘쓰으’라고 말했던 그 순간조차, 엄마는 이미 아이와 대화하고 있었다. 단지 언어가 다를 뿐이다. 이제 필요한 건 ‘위협’이 아니라 ‘번역’이다. 아이의 행동을 내 감정의 반영으로 이해하고, 그 속의 메시지를 읽어주는 것. 그 한 걸음이 아이의 회복력과 부모의 안정감을 동시에 키운다. 아무 문제 없는 아이보다, 함께 성장하는 부모와 아이가 훨씬 더 건강하다. 그리고 그 시작은, “내가 아이를 바꾸는 게 아니라, 나의 반응을 바꾸는 일”이다.

작성 2025.10.16 22:27 수정 2025.10.16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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