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천적은 바로 인간

인류사를 뒤흔든 10대 전염병, 그 확산의 역사를 추적하다

전쟁과 탐욕이 키운 팬데믹: 인류 최대의 천적, 질병의 역설


인류역사를 되돌아보면 인류를 가장 많이 괴롭히고 학살한 천적은 바로 전염병이었다. 지난 천년 동안 인류를 가장 괴롭혀온 10대 전염병을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사진; AI image. antnews 제공>

첫째는 흑사병(黑死病, Pest)이다.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숨지게 한 흑사병은 1348년 유럽에 상륙했다. 페스트(pest)는 인도와 아시아 남부에 살고있는 곰쥐에 기생하는 벼룩이 매개하는 감염병으로 14세기 몽골군이 유럽을 침략했을 때 유럽으로 옮겨온 것으로 추정된다. 페스트는 7년 동안 전 유럽을 휩쓸었으며, 최대 2억 명 정도 사망했다고 한다.

 

둘째는 매독(梅毒, Syphilis)이다. 1494, 프랑스의 샤를르 8세는 프랑스, 독일, 스페인, 스위스 등의 병사로 연합군을 편성해 이탈리아를 침공했다. 그러나 나폴리에서 병사들이 심한 피부병(매독)을 앓게 되자, 긴급히 철수했다. 이 매독균은 콜럼버스가 신대륙에서 옮겨왔고 프랑스가 이탈리아를 침공할 때 프랑스 병사들과 성관계를 가진 여인들에게로 옮겨졌다. 유럽에 매독이 창궐한 것은 베니스(Venice) 인구 30만 명 중 11,000여 명이 매춘부였을 만큼 당시 유럽은 매춘의 대륙이었기 때문이다.

 

셋째는 발진티푸스(Epidemic typhus)이다. 매독과 비슷한 시기에 키프로스 섬에서의 전투에 참여했던 병사들을 통해 스페인에 전파되었다. 1526년에는 이탈리아를 침공한 프랑스군으로 번졌으며 19세기 초, 아일랜드의 감자 기근 때 다시 유행했다. 1차 세계대전 때는 200300만 명이 이 병으로 죽어갔다.

 

넷째는 천연두(天然痘, Smallpox)이다. 스페인의 신대륙 침입 이전에 아메리카의 인구는 약 1억 여명이었으나 이 중 90% 이상이 1518년에 유행한 천연두 때문에 숨졌고, 2년 뒤에는 멕시코 아즈텍(Aztec)의 원주민들이 침략군인 스페인군을 물리칠 기회가 있었으나 천연두 때문에 퇴각해야만 했다. 천연두는 아즈텍의 국경을 넘어 과테말라, 잉카제국 등을 초토화시켰다.

 

다섯째는 결핵(結核, Tuberculosis)이다. 결핵은 공기 중에 퍼지는 비말(飛沫)에 의해 전파되는 병으로 산업혁명 때, 비좁은 공장에서 오염된 공기를 마시면서 충분하지 못한 영양 상태로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리면서 면역력이 떨어져 발병률이 올라갔기 때문에 가난한 자들의 질병이라고 불렀다. 최근 200년 동안 10억 여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영국 시인 존 키츠(John Keats), 미국 소설가 애드가 앨런 포(Edgar Allan Poe), 폴란드의 작곡가 쇼팽(Frédéric F. Chopin) 등이 모두 결핵으로 숨졌다.

 

여섯째는 한센병(Hansen's Disease)이다. 문둥병 혹은 나병(癩病)으로 잘 알려진 이 병은 구약성경에도 나올 만큼 역사가 깊다. 1800년대 노르웨이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한센병 환자를 가진 나라였다. 1868년부터 노르웨이의 베르겐(Bergen) 1호 요양원을 맡았던 의학자 게하르트 한센(Armauer Gerhard Henrik Hansen, 1841~1912) 박사는 한센병의 원인균인 나균(癩菌)을 발견함으로써 문둥병(나병)은 유전이 아니라 단순한 전염병임이 밝혀졌고, 그로서 한센병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도 개발되었다. 그래서 그의 이름을 따서 한센병(Hansen's Disease)이라 부르게 되었다.

 

일곱째는 스페인 독감(Spanish flu)이다. 1918년부터 2년 동안 지구촌을 휩쓸면서 2,500~1억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은 1차 대전 때 미국의 병영에서 처음으로 발생했으며 병사들의 이동에 따라 세계로 퍼졌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프랑스에서 먼저 발병했으나 스페인 언론이 이를 보도했다고 해서 스페인 독감이라고 불렀다.

 

여덟째는 콜레라(Cholera)이다. 콜레라는 원래 인도의 벵갈 지방에서 유행하던 풍토병이었는데 1817년 영국군이 인도를 점령하면서 캘커타로 옮아갔고, 다시 러시아 남부에서 유럽까지 전파되어 유럽을 초토화시켰다. 1830년대에는 이집트, 영국, 캐나다, 미국, 멕시코, 이슬람 지역까지 퍼졌다. 콜레라에 감염되면 균이 소장(小腸) 벽에 붙어 강력한 독수를 뿜어냄으로서 대량의 설사, 구토를 일으켜 탈수 증상으로 죽는다.

 

아홉째는 말라리아(Malaria)이다. 콜럼버스의 선물이라 불리기도 하는 말라리아는 말라리아 모기가 옮기는 병으로 1493, 남미를 초토화시켰다는 기록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2000년에 24억 명이 이 병에 걸렸지만 모기장의 지속적인 공급 덕분에 5억 명으로 줄었다고 한다.

 

열째는 에이즈(AIDS)이다. 에이즈는 주로 성적 접촉에 의해 전파되는 감염성 질환으로 후천성면역결핍증(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이라는 영어 머리글자 AIDS를 따서 만든 약어이다. 1983,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의 몽따니에(Luc Montagnier) 박사가 에이즈 바이러스(HIV)를 추출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에이즈를 억제하고 관리하는 수준까지 왔다.

 

10대 전염병을 세계로 확산시킨 원흉은 위의 기록에서 보듯 전쟁과 식민지 개척에 나섰던 인간이었다. 이렇게 볼 때 인간의 천적은 바로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손 영일 컬럼 



작성 2025.10.27 08:35 수정 2025.10.2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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