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칼럼 127. 퇴직 없는 세상, 80세에도 일할 수 있을까?]

‘퇴직’이라는 말이 사라지는 사회

고령자의 노동은 복지 아닌 경제다

초고령사회, 일의 개념을 다시 그리다

 

 

“노년이 길어질수록, 일은 사치가 아니라 생존이 된다.”

 

2040년이면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90세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은 65세 이상이다. 2025년 한국은 ‘초고령사회’에 공식 진입한다.
문제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다.

퇴직은 한때 삶의 쉼표였다. 그러나 지금의 퇴직은 ‘경제적 단절’을 의미한다.
60세 정년을 맞은 이들이 여전히 왕성한 신체와 경험을 갖고 있음에도, 일터는 그들을 내보낸다.
그러나 평균 수명이 30년 더 늘어난 시대에, 퇴직은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 ‘시대착오적 단절’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퇴직 없는 세상’을 설계해야 한다.

일은 생계를 넘어, 존재의 의미를 제공한다.
80세에도 일을 하고 싶은 사회, 아니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국가의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고령화는 위기가 아니라, 일의 재정의를 요구하는 신호다.

 

 

‘퇴직 제도’가 낡은 사회를 만든다

 

퇴직 제도는 산업화 시대의 산물이다.
평균수명 60세, 노동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던 시절에는 청년층에게 자리를 넘기기 위해 ‘퇴직’이 필요했다.
그러나 지금은 구조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한국의 노동력 인구는 2020년 3,800만 명에서 2040년에는 3,000만 명 수준으로 줄어든다.
2030년 이후엔 일할 사람이 부족한 시대가 온다.
이제 퇴직은 기업의 인력관리 수단이 아니라, 사회적 낭비가 되어가고 있다.

일본은 이미 고령자의 ‘노동 연장’을 제도화했다.
70세까지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고, 75세까지 일할 수 있는 ‘시니어 고용 장려 정책’을 시행 중이다.
유럽은 ‘퇴직 연기형 복지제도’를 통해 연금을 조정하고, 고령자 재취업 시장을 키우고 있다.
그에 비해 한국은 여전히 60세 정년과 65세 연금 지급의 간극 사이에서 수백만 명이 ‘경제적 공백’을 겪는다.

퇴직이 끝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일로의 전환’이 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
초고령사회는 더 이상 ‘노후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노후 노동의 문제다.

 

 

 

 

기술이 나이의 벽을 허문다

 

과거에는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기술은 ‘나이의 벽’을 허물고 있다.
AI, 원격근무, 플랫폼 노동, 디지털 도구는 신체적 제약을 넘어 일할 기회를 확장시킨다.

예를 들어, 70대 장인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수공예품을 판매하거나,
70세 개발자가 해외 프로젝트에 원격으로 참여하는 일이 현실이 되었다.
‘시니어 프리랜서’, ‘시니어 크리에이터’, ‘시니어 컨설턴트’ 같은 새로운 직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OECD는 보고서에서 “65세 이상 인구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10%만 늘어도 국가 GDP가 평균 2% 이상 상승한다”고 분석했다.
고령자 노동은 복지가 아니라 경제 성장의 핵심이다.

또한, 기술을 통한 ‘업데이트형 노동’은 인생 전반을 유연하게 설계할 수 있게 한다.
한 직장에서 30년 일하는 시대는 끝났지만,
70세 이후에도 자신의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작지만 꾸준한 일거리를 만들어가는 것이 가능해졌다.

문제는 제도보다 인식이다.
‘은퇴=끝’이라는 낡은 프레임을 벗지 못하면,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고령자는 일할 자리를 얻지 못한다.

 

 

고령 노동은 복지가 아니라 투자다

 

한국의 고령층은 이미 경제의 한 축이다.
2023년 기준, 60세 이상 자영업자는 전체 창업자의 35%를 차지한다.
하지만 그중 절반 이상이 3년을 버티지 못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지원은 창업에만 집중되고, ‘지속 가능한 구조’는 만들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령자 일자리는 ‘보호’가 아니라 ‘투자’의 대상이다.
정부가 인건비를 보조하는 임시형 일자리로는 지속이 불가능하다.
오히려 그들의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지식형, 컨설팅형, 협업형 일자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지역 원로들을 ‘생활문화 자문가’로 참여시키거나,
기업의 ESG 컨설팅에 은퇴한 기술 전문가를 투입하는 모델이 있다.
이는 단순한 고용 확대가 아니라, 사회 경험 자본의 재활용이다.

또한, 고령층의 일자리를 ‘복지 예산’이 아닌 ‘산업 예산’으로 전환해야 한다.
노동력 감소 시대에 시니어는 ‘경제의 마지막 남은 성장동력’이다.
노후 일자리에 투자하는 것은 단순한 도덕적 책임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확보 전략이다.

 

 

‘일할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사회

 

“일을 그만두고 싶을 때까지 일할 수 있는 사회.”
이것이 초고령사회가 지향해야 할 최소한의 정의다.

퇴직 없는 세상은 단순히 고령자를 위한 복지국가의 비전이 아니다.
그것은 ‘일의 자유’를 회복하는 새로운 사회계약이다.
일은 더 이상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나이든 세대의 노동은 후대의 부담을 줄이고,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키운다.

80세에도 일할 수 있는 사회는 결국 모든 세대가 존중받는 사회다.
나이를 이유로 일터에서 배제되지 않고, 경험을 이유로 존중받는 사회.
그 사회가 진짜 ‘고령친화사회’이며, 진정한 의미의 ‘성숙한 사회’다.

 
 

작성 2025.11.02 06:08 수정 2025.11.02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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