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유선경, 『질문의 격』, 안개 속을 걷는 영혼들에게, 삶의 문을 여는 열쇠는 '답'이 아니었다

-인생이 꼬였다고 느낄 때 당신이 무심코 내뱉는 '이 말'부터 당장 멈춰라.

-AI 시대, 모범생들이 가장 먼저 도태되는 충격적 이유.

-성공한 사람들은 절대로 하지 않는 3가지 종류의 '가짜 질문'.

▲ AI 이미지 (제공: 중동디스커버리신문)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개 속에서 헤매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이들이 있다. 나 또한 그랬다. 열심히 살지 않은 것도 아니다. 남들보다 더 치열하게 고민했고, 발버둥 쳤다. 그런데도 삶의 거대한 벽은 조금도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마치 보이지 않는 유리 감옥에 갇힌 것처럼, 제자리걸음만 반복하는 무력감이 영혼을 잠식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머리를 쥐어뜯으며 내가 내린 결론은 항상 같았다. '내가 아직 정답을 찾지 못해서.' 나는 세상 어딘가에 숨겨진 보물 같은 정답이 있으리라 믿고 그것을 찾아 헤맸다.

 

하지만, 만약 그 전제 자체가 틀렸다면 어떨까? 당신이 마주한 벽을 무너뜨릴 도구가 애초에 '정답'이 아니라 '질문'이었다면. 책 『질문의 격』은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의 굳어버린 통념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저자는 서늘할 정도로 명징한 진실을 우리 앞에 던져놓는다. "당신이 답을 찾지 못했다면, 질문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이 한 문장을 마주하는 순간, 나는 뒤통수를 한 대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삶이 풀리지 않는 진짜 이유는 답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지금 엉뚱한 질문을 붙들고 씨름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서늘한 깨달음. 이 책은 단순한 처세술을 담은 자기계발서가 아니었다. 굳게 닫힌 내 삶의 프레임을 깨부수는 망치와도 같았다.

 

우리는 너무나 자주, 질문을 가장한 주먹을 휘두르며 살아간다. 책을 읽으며 가장 얼굴이 화끈거렸던 대목이다. 일상에서 무심코 던지는 물음표들을 가만히 들여다보자. "도대체 세상이 왜 이 모양이지?", "너는 왜 일을 그따위로 처리해?", "왜 나는 항상 이 모양일까?" 저자의 지적처럼, 이것들은 진정한 의미의 질문이 아니다. 그것은 물음표의 탈을 쓴 날 선 비난이자, 풀리지 않는 현실에 대한 저주 섞인 탄식이며, 타인을 향한 공격적인 판단일 뿐이다. 

 

이런 '가짜 질문'들은 대화의 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관계를 단절시킨다. 상대방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질문 앞에서 그 누가 마음을 열고 진실한 소통을 시도하겠는가. 그것은 답을 구하는 겸손한 구도자의 자세가 아니라,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배설하는 배출구에 불과했다. 삶이 막막하고 관계가 힘들다면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바로 이것이다. 내가 던지는 질문이 상대를 찌르는 칼날인지, 아니면 닫힌 문을 여는 따뜻한 열쇠인지.

 

진짜 질문을 가로막는 또 하나의 거대한 장애물은 역설적으로 우리의 얄팍한 '자존심'이다. 우리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는 순간, 자신의 밑바닥이 드러날까 두려워 전전긍긍한다. 무지한 상태 그 자체보다 '무지해 보이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짐짓 아는 척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다물어버리고, 결국 성장의 기회를 스스로 발로 차버린다. 저자는 여기서 인류 스승 소크라테스를 소환한다. 

 

그가 위대했던 이유는 모든 답을 알고 있어서가 아니라,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는 평생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라는 무지의 자각 위에 서 있었다. 스스로의 한계, 아포리아(aporia)를 인정하는 그 용기야말로 지적 겸손의 시작이며, 위대한 질문을 잉태하는 비옥한 토양이다. 질문을 멈추는 순간 생각은 고인 물처럼 썩기 시작한다. 모름을 인정하는 것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아직 내 안에 채워질 공간이 남아있다는 가슴 벅찬 증거다.

 

이러한 질문의 가치는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해일이 밀려오는 지금, 더욱더 빛을 발한다. 과거 우리는 학교와 사회로부터 정해진 시간 안에 정답을 빠르고 정확하게 맞히는 '모범생'으로 길러졌다. 그것이 곧 능력이었고 생존의 무기였다. 하지만 세상이 뒤집혔다. 이제 웬만한 지식과 정보는 AI가 인간보다 훨씬 빠르고 방대하게 찾아낸다.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은 더 이상 칭송의 대상이 아니다. 

 

이 시대에 우리의 가치를 결정짓는 것은 '답을 아는 능력'이 아니라, AI라는 거대한 지식의 바다에서 통찰의 보물을 건져 올릴 수 있는 '탁월한 낚싯대', 즉 '좋은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다. 저자의 통찰은 핵심을 관통한다. "AI는 질문의 수준만큼만 답한다." 소름 돋는 이야기다. 결국 AI 시대의 진정한 주인은 답을 가진 자가 아니라, 날카로운 질문을 품은 자다. 질문의 격이 곧 그 사람의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결정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우리는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까. 이 책이 제시하는 가장 강력하고 즉각적인 변화는 질문의 방향을 과거에서 미래로 트는 것에서 시작된다. 문제가 터졌을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과거의 무덤을 파헤치며 원인을 캐묻는다. "왜 실패했을까?",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이러한 '과거형 왜(Why)'는 우리를 후회와 자책, 책임 추궁의 늪으로 질질 끌고 들어간다. 이미 벌어진 일을 두고 잘잘못을 따지는 동안 소중한 에너지는 고갈되고 감정은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입는다.

 

책은 이 파괴적인 습관을 멈출 강력한 대안을 제시한다. 질문의 축을 '미래의 해결책'으로 과감하게 옮기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라는 탄식을 멈추고, "그렇다면 '어떻게(How)' 하면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까?", "지금 당장 시도할 수 있는 작은 발걸음은 무엇일까?"라고 묻는 것이다. '왜'가 우리를 과거의 감옥에 가둔다면, '어떻게'는 우리를 미래의 가능성으로 이끄는 사다리가 된다. 

 

이 작은 언어의 전환이 마법을 부린다.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멈추고, 우리를 주저앉은 자리에서 일으켜 세워 실질적인 행동으로 나아가게 하는 연금술을 부린다. 이것이야말로 삶을 바꾸는 가장 실용적이고 강력한 도구다.

 

책장을 덮으며 나는 내 삶을 지탱하던 거대한 기둥들을 다시 점검했다. 내가 그동안 무심코 던져온 질문들은 나를 성장시키는 날개였는가, 아니면 나를 옭아매는 족쇄였는가.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싶다면, 당신의 입에서 습관적으로 튀어나오는 그 질문부터 바꿔야 한다. 당신이 던지는 질문의 격(格)이 곧 당신 삶의 격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좋은 질문은 좁은 시야에 갇힌 우리를 더 넓은 세상으로 안내하고, 막다른 골목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젖힌다. 당신을 둘러싼 견고한 생각의 감옥을 깨부술 망치는, 먼 곳에 있는 '정답'이 아니라 다름 아닌 당신의 '질문' 속에 숨어 있다.

 

자, 이제 당신의 차례다. 안개 속에서 헤매는 당신의 영혼을 위해, 오늘 당신이 새롭게 던져야 할 첫 번째 질문은 무엇인가?

 

작성 2025.12.06 14:20 수정 2025.12.0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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