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교육칼럼] (5) “네 꿈이 뭐니?”, “너는 뭐가 되고 싶어?”라는 질문의 효과

 

배상기 교육기자 ⓒ코리안포털뉴스

  필자는 서울의 여러 고등학교와 자치단체에서 학생의 진학 상담을 하였다. 그런 경우에는 대개 부모와 학생을 같은 자리에서 만나 상담하게 된다. 그때 많은 부모님의 공통된 불만은 자녀가 꿈이 없다는 것이다.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공부하면 무슨 효과가 있느냐고 답답해한다. 그런 말을 들은 자녀는 숨을 죽이고 있거나,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그들은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모르겠다고 답한다.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자기도 답답하다는 것이다.

 

  필자는 교사이자 부모이기에 학생과 부모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좋은 대학에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가려면, 진로를 미리 정하고 그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고 공부를 잘하여 원하는 수준의 성적을 올려야 한다. 그리고 부모는 이미 살아봤기에 어떤 직업이 좋은지를 안다. 그러나 자녀 입장으로 보면 겨우 고등학생인데 어떻게 사회의 모든 직업을 알 수 있느냐는 반론이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좋아하는 것이 있는 것 같지 않은데 거짓말로 대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것이다. 

 

 

“네 꿈이 뭐니?” 질문의 효과

 

 우리 자녀들은 꿈이나 직업에 대한 포부가 없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그것을 아직 제대로 찾지 못했거나 표현하는 방법을 모를 뿐이다. “네 꿈이 뭐니?”라는 질문을 너무 자주 하면, 자녀에게 진로 탐색을 돕기보다는 심리적인 부담과 진로에 대한 왜곡된 가치관을 줄 위험이 크다. 이는 자녀의 진로를 돕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녀의 진로를 방해하는 말이 될 수 있다. 즉 부모가 기대하는 수준의 답을 빨리 내놓으라는 압박이다. 이런 압박감은 자녀의 우울감이나 심리적 고통, 그리고 행복감을 저하하는 매개체가 된다. 

 

 즉, 자녀는 아직 꿈을 정하지 못한 자신에 대해 열등감을 느낀다. 또한 부모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이는 부모의 기대와 현실적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자기 능력과의 차이에서 오는 자기 효능감의 저하를 절감하게 만든다. 이런 자기 효능감이 부족함을 느끼는 것은 우울함을 느끼게 하며, 현재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부정하게 하고, 어떤 노력을 기울일 동력을 상실할 위험을 크게 한다. 미래의 꿈을 실현하고 좋은 직업을 갖기를 바라는 부모의 말이, 현재를 잘 살고 어려움을 극복해야 할 자녀의 심리적 안녕감(행복감과 삶의 만족도)을 떨어뜨린다는 것이 여러 학자의 의견이다.

 

 

“너는 뭐가 되고 싶어?” 질문의 효과

 

   “너는 뭐가 되고 싶어?”라는 질문은, 어느 한 직업을 선택하게 만든다. 어린 나이에 특정 직업을 강하게, 반복적으로 말하게 하는 것은 건강한 정체성을 형성하기 위한 탐색과 몰입을 제한할 수 있어 건강하지 못한 진로 발달을 가져온다. 어떤 직업을 말하는 것은, 부모나 사회가 원하는 역할이나 가치를 그대로 수용해 버리기 때문에 겉으로는 목표가 분명하고 안정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자녀의 존재를 직업의 정체성 속으로 밀어 넣는 꼴이다. 이런 경우에 청소년은 새로운 경험을 피하고, 타인의 기대에 맞춘 자아를 유지하려고 한다. 그 이상의 경계를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게 성장하면서 사회 상황이나 흥미, 목표가 달라졌을 때 많은 후회를 하고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기술이 급격히 발달하고 기업의 상황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변하는 지금, 그럴 가능성은 더욱 크다. 어쩌면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사회의 곳곳에 사람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시대다. 기업의 단순 생산직으로부터 전문직인 의사와 변호사까지도 인공지능의 위협을 받고 있다. 우리 자녀가 꿈꾸는 직업이 언제 사라질지도 모른다. 설사 사라지지 않는다고 해도 인공지능으로 인해 우리 자녀에게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직업으로 자녀의 앞길을 제한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것이다. 또한 앞으로 우리 자녀들이 살아갈 삶의 궤적은 현재의 부모가 살아온 궤적과는 너무 다를 것이다. 그런 궤적은 자녀 삶을 크게 위협할 것이므로 부모가 살아온 궤적을 기준으로 자녀가 살아갈 궤적을 살아가도록 압박하는 질문은 위험하다. 그것은 자녀에게 타인과의 소통을 어렵게 생각하도록 하여 자녀를 고립된 세계로 밀어 넣을 수 있다. 스스로 독립할 의지를 없애는 독약이 될 수 도 있다. 

 

 

생떽쥐페리의 말에서 배우는 지혜

 

  간혹, 일찍부터 진로를 정해서 명문대학 진학에 성공한 경우를 언론 보도를 통하여 듣는 부모는 부럽다. 입시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과 사교육에서는 진로를 빨리 정해야 좋은 대학에 가기 쉽다고 말한다. 고교학점제 시대가 진로를 더 빨리 정하라고 압박하고 있으므로 더 그럴 것이다. 그러나 진로를 일찍 결정한 사람이 성공한 것이고, 꿈이 없고 진로를 정하지 못한 내 자녀가 실패한 것은 아니다. 아직 성숙하지 않았으니까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좀 늦게 진로를 찾는다고 잘못된 인생이 아니다. 진로를 찾는 것은 평생 살면서 이어지는 과정이다. 지금 정했다고 해서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고 성숙하면서 항상 변화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 과정이다. 

 

  생텍쥐페리가 한 말은 자녀의 진로에 관심이 많은 부모에게 훌륭한 조언이다.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나무를 가져오게 하고, 일을 나누어 주고, 지시를 내리지 마라. 대신 그들에게 저 넓고 끝없는 바다를 동경하게 하라.”

 

  자녀가 배를 만들기를 바라는 부모는 재료를 주기 이전에, 바다를 보여주어 항해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자녀가 배를 만드는 것을 지지한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그러면 자녀는 배를 만들 마음이 있으면 재료를 모으고 기술을 배우는 도전을 할 것이다. 그것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기에, 웬만한 어려움은 즐거움으로 극복해 갈 수 있다. 이 때의 자녀는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거듭난다.  자녀가 어떤 진로를 선택하기를 원한다면, 그곳에 자녀를 노출해야 하고, 그 진로를 동경해야 한다. 학교와 학원, 집에만 가두어 점수에만 몰두하게 하지 말자. 자녀가 동경할 수 있는 커뮤니티나 사회와 삶의 다양한 모습에 자녀를 노출하자. 그러면 부모가 압박 질문을 하지 않더라도 자녀는 진로를 잘 찾을 것이다.

 

  자녀에게 꿈과 희망을 확인하는 대화는 필요하다. 진로라는 특정 목적이나 범위로 한정하지 않고 자녀의 일상과 생활을 주제로 평안한 상태의 대화는 좋다. 그러나 자녀를 격려하지 못하고, 자녀의 정체성을 혼란하게 하며, 자녀의 존재감과 자존감을 낮추면서 부모의 궁금증만을 만족시키는 질문들은 피하자. 어차피 부모는 자녀의 인생을 대신해서 살 수 없다. 자녀의 인생은 자녀가 책임져야 하고, 그가 스스로 결정하며 살아가야 한다. 어려움은 스스로 극복해야 하고, 슬픔도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성취의 기쁨도 자녀가 흠뻑 느끼고 즐겨야 한다. 자녀가 자신의 인생을 책임지고 해결해 나가는 능력은 부모의 노출과 대화, 질문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청소년 부모가 첫 번째로 할 일은, 자녀 스스로 인생을 이겨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부모가 원하는 진로나 직업을 자녀가 선택하도록 강권하기 위해 질문하는 것이 아니다. 

 

작성 2026.02.09 20:41 수정 2026.02.10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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