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漢儒學]혼란의 대가는 언제나 낮은 곳으로 흐른다

 

 

세계는 지금 전례 없는 비극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이란 사이의 포성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이란은 미군 기지가 주둔해 있다는 이유로 인접국들까지 무차별적인 폭격을 가하고 있다. 무고한 생명들이 스러져가는 참혹한 현장의 비명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기전의 공포로 변했다. 설상가상으로 원유의 핏줄인 호르무즈 해협마저 봉쇄되면서, 전 세계 경제는 거대한 절벽 앞에 섰다.

 

에너지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에게 이 상황은 단순한 경제 지표의 하락이 아닌 실존적 위협이다. 이미 주유소의 가격판은 가파르게 숫자를 바꿔 달고 있으며, 물가는 유례없이 민감하게 폭등하고 있다. 그리고 이 잔인한 파장은 늘 그렇듯, 사회의 가장 낮은 곳을 향해 가장 먼저, 가장 무겁게 쏟아진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통해 물가 관리와 취약계층의 삶을 점검하라고 당부한 데 이어, 20조 원 규모의 ‘민생 회복을 위한 전쟁 추경’을 신속히 편성하라 지시한 것은 바로 이 지점을 직시한 행보로 보인다. 전쟁은 국경 너머 먼 곳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그 여파는 서민의 장바구니에서 가장 먼저 체감되는 법이다. 문제는 이 비정한 구조가 인류 역사 속에서 단 한 번도 예외였던 적이 없다는 데 있다.

 

고전은 이 냉혹한 진실을 놀랄 만큼 직설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맹자(孟子) 〈이루하(離婁下)〉편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부엌에는 살진 고기가 있고 마구간에는 살찐 말이 있는데, 백성은 굶주린 기색이 역력하고 들판에는 굶어 죽은 시체가 굴러다닌다. 이는 곧 짐승을 몰아다 사람을 잡아먹게 하는 것(率獸而食人)과 다름없다.”

 

상층부의 풍요와 하층부의 기근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이 풍경은, 질서가 무너질 때 나타나는 가장 비극적인 징후다. 한비자(韓非子)》 역시 “국란이민빈(國亂而民貧)”, 즉 ‘나라가 어지러우면 그 결과는 곧바로 백성의 가난으로 이어진다’고 단언했다. 어떤 수식어나 변명도 배제한 이 간명한 문장은, 혼란의 비용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어깨에 내려앉는지를 서늘하게 증언한다.

 

이 패턴은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반복된다. 유가 상승은 물류비의 증폭으로, 이는 다시 생필품 가격의 도미노 인상으로 이어진다. 누군가는 이를 ‘지정학적 리스크’나 ‘인플레이션’이라는 건조한 용어로 설명하겠지만, 서민의 현실에서는 식탁의 찬거리가 사라지고 생존의 근간이 흔들리는 처절한 사투다. 경제 지표는 늘 ‘평균’ 뒤에 숨어 위기를 희석하지만, 고통은 결코 평균적으로 분배되지 않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위기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그 위기의 무게가 어디로 실리느냐이다. 국제적 분쟁은 불가항력적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대가가 오로지 가장 약한 이들에게만 집중되는 구조를 방치하는 것은 정치가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될 책임의 영역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추경 지시와 민생 점검은 어쩌면 국가의 당연한 책무이자 원칙의 반복일지 모른다. 하지만 고전이 거듭 경고하듯, 바로 그 ‘당연한 원칙’이 느슨해질 때 공동체는 가장 빠르게 균열된다.

 

혼란은 위에서 시작되지만, 고통은 언제나 아래에서 완성된다.

 

국가의 품격은 그 고통의 무게를 얼마나 위로 끌어올려 나누고, 마지막까지 아래에 남겨두지 않느냐에 달려 있다. 먼 타국의 포성이 우리네 서민과 취약계층의 한숨으로 바뀌지 않도록, 지금 당장 정치가 방파제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작성 2026.03.18 07:06 수정 2026.03.18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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