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역사] 120. “숲을 뺏긴 순간 시작됐다… 류큐 최대 갈등의 진짜 이유”

민둥산이 된 섬: 풍수지리(風水)로 시작된 국토 재설계

물을 지배한 나라: 치수·관개 인프라의 국가 총동원

숲을 지킨 법: 소마야마(杣山)가 만든 미래의 갈등

류큐(琉球) 왕국의 진짜 경쟁력은 군사도, 외교도 아니었다. 그것은 ‘자연을 통제하는 능력’이었다. 18세기 초, 류큐는 인구 증가와 기근, 그리고 산림 파괴라는 삼중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숲이 사라지자 물이 사라졌고, 물이 사라지자 농업이 무너졌다. 이 악순환을 끊어낸 인물이 바로 사이 온(蔡温)이었다.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이미지=AI 생성]

 

그의 개혁은 단순한 정책이 아니라 ‘국토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작업’이었다. 그는 중국에서 배운 풍수지리(風水)를 현실 정책으로 전환했다. 이는 미신이 아니라 자연의 흐름을 읽고 활용하는 실용 지식이었다. 

 

산림이 사라지면 물이 고이지 않고, 물이 없으면 농업이 붕괴된다는 구조를 정확히 인식한 것이다. 결국 그는 조세나 행정이 아니라 ‘환경’을 먼저 바꾸는 전략을 선택했다.

 

가장 먼저 시작된 것은 치수(治水)였다. 1735년, 그는 류큐 최대 하천인 하네지 대천(羽地大川) 개수 공사를 직접 지휘했다. 홍수로 농경지를 파괴하던 물길을 정비하고, 제방을 구축하여 재해를 통제했다. 이어 1736년에는 이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하여 수십 개 하천을 정비했다. 

 

동시에 가뭄에 대비하기 위해 저수지(溜池)를 건설하고 관개 시설을 확충했다. 이는 단순한 토목 공사가 아니라, ‘물의 흐름을 국가가 관리하는 시스템’이었다. 이 인프라는 태풍과 가뭄이라는 극단적인 환경 속에서도 농업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하지만 물만으로는 부족했다. 류큐 농업을 파괴하는 또 다른 요인은 태풍과 염해였다. 이에 사이 온은 식물을 활용한 방재 시스템을 구축했다. 해안에는 아단을 심어 방조림을 만들고, 내륙에는 소나무를 심어 방풍림을 조성했다. 

 

이 숲은 단순한 경관이 아니라 자연재해를 흡수하는 ‘살아있는 방어막’이었다. 오늘날 오키나와 전역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은 이 시기의 정책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정책의 핵심은 결국 산림이었다. 1738년, 류큐 왕부는 『산봉행소규모장』과 『소마야마법식장(杣山法式帳)』을 통해 산림을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소마야마(杣山)’로 지정된 산림은 일반인의 자유로운 벌목이 금지되었고, 나무를 베려면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했다. 또한 벌목 후에는 반드시 다시 나무를 심도록 규정했다. 이는 단순한 보호 정책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자원 순환 시스템’을 법으로 강제한 것이었다.

 

이 정책은 즉각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땔감과 건축 자재가 안정적으로 확보되었고, 이는 농업과 경제의 기반을 유지하는 핵심 자원이 되었다. 특히 흑당(사탕수수) 산업과 같은 생산 활동을 지속 가능하게 만든 결정적 요인이었다.

 

그러나 이 산림은 훗날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된다. 메이지 시대 류큐 처분 이후, 일본 정부는 이 소마야마를 국유화하려 했다. “토지는 국가 것, 나무만 개인 것”이라는 정책이 추진되면서, 오키나와 사회 내부에서 거센 반발이 일어났다. 

 

자하나 노보루(謝花昇) 등의 인물들이 이에 저항했지만, 결국 산림은 국가 소유로 편입되었다. 이는 농민들이 다시 비용을 지불하고 숲을 이용해야 하는 구조를 낳았다.

 

이 사건은 역설적으로 하나를 증명한다. 바로 사이 온이 구축한 산림 자원이 단순한 자연이 아니라 ‘국가의 핵심 자산’이었다는 점이다. 18세기에 만들어진 정책이 19세기 정치 갈등의 중심이 될 정도로 그 가치는 막대했다.

 

결국 사이 온의 개혁은 단순한 환경 정책이 아니었다. 치수, 관개, 방재림, 산림 법제화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정책은 자연을 통제하고 경제를 유지하며 국가를 지속 가능하게 만든 구조였다. 이는 류큐 왕국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기반이었다.

작성 2026.04.12 08:04 수정 2026.04.12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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