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주교수의 제언]] 쉰두번째 이형주 교수의 이야기, 비어 있는 운동장 앞에서

비어 있는 운동장 앞에서 교육을 다시 묻다

요즘 점심시간마다 운동장이 비어 있는 초등학교가 늘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이 공을 차고, 뛰고, 소리치며 놀아야 할 시간에 운동장은 조용하다. 이유는 안전사고와 민원이다. 축구를 하다가 다칠까 봐, 야구공이 누군가에게 맞을까 봐, 운동회 소리가 시끄럽다는 민원이 들어올까 봐 학교는 점점 조심스러워지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교 중 점심시간 운동장 이용을 금지하는 학교는 312곳이며, 부산은 34.7%, 서울은 16.7%로 대도시일수록 그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또 지난해 학교 운동회와 관련해 접수된 경찰 신고는 전국적으로 350건에 달했다고 한다. 아이들의 운동회가 어느 순간 지역사회의 축제가 아니라, 민원과 신고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소식을 보며 마음이 무거웠다. 자꾸 살기가 힘들어지는 것 같다. 물론 민원이 왜 생기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다칠 수도 있고, 소음으로 불편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학교 입장에서도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감당해야 할 책임이 크다. 교사들이 위축되는 이유도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모든 민원을 해결하며 살 수는 없다. 더 정확히 말하면, 모든 불편을 없애는 방식으로 교육을 운영할 수는 없다. 교육은 본래 어느 정도의 소리, 움직임, 충돌, 실수, 갈등을 포함한다. 아이들은 조용히 앉아 있을 때만 배우는 것이 아니다. 뛰면서 배우고, 넘어지면서 배우고, 친구와 부딪히며 배우고, 이기고 지는 경험 속에서 배운다. 운동장은 단순히 공을 차는 공간이 아니다. 몸을 통해 관계를 배우는 공간이고, 규칙을 익히는 공간이며, 감정을 조절하는 공간이다.

운동회를 앞두고 아이들이 직접 만든 포스터를 학교 담장과 주변 아파트에 붙였다는 보도도 있었다. “체육대회로 소음이 발생할 수 있으니 너그럽게 양해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배려를 배우는 교육이라는 설명도 가능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씁쓸하다. 아이들이 하루 뛰어노는 일조차 먼저 사과해야 하는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MBC 보도에서도 지난해 학교 운동회 관련 112 신고가 전국적으로 350건에 달했고, 전국 초등학교 6,100여 곳 중 약 300여 곳이 점심과 방과 후 시간에 축구와 야구를 금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조용히 해야 한다는 것인가.
다치면 안 된다는 것인가.
민원이 생기면 멈춰야 한다는 것인가.
누군가 불편해하면 활동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것인가.

물론 안전은 중요하다. 그러나 안전이 곧 금지는 아니다. 안전은 더 나은 규칙을 만들고, 더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아이들이 위험을 이해하도록 가르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위험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다루는 법을 배우게 해야 한다. 아이들이 평생 아무 일도 겪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문제 상황 속에서 어떻게 판단하고, 어떻게 조절하고, 어떻게 함께 살아갈지를 배우게 하는 것이다.

민원도 마찬가지다. 민원은 사회 구성원의 의견 표현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민원이 교육보다 우선될 수는 없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뛰는 소리, 응원하는 소리가 불편하다고 해서 그것을 모두 없애야 한다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너무 가혹한 사회를 물려주는 것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아이들을 조용하게 만드는 교육이 아니라, 민원을 제기하는 어른들이 무엇을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교육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뛰는 소리는 소음이 아니라 성장의 소리다. 운동회의 함성은 방해가 아니라 공동체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공을 차다가 넘어지는 일은 실패가 아니라 몸으로 배우는 과정이다. 친구와 함께 이기고 지는 경험은 교과서로 가르치기 어려운 사회성의 수업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통제하려 한다. 다치지 않게, 시끄럽지 않게, 민원이 생기지 않게,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하지만 그렇게 모든 것을 막다 보면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는가. 갈등을 피하는 법만 배우고, 몸을 쓰는 즐거움을 잃고, 함께 노는 법을 잊어버릴 수도 있다.

체육은 단순한 운동 시간이 아니다. 체육은 몸으로 배우는 삶의 연습이다. 농구든 축구든 달리기든, 아이들은 그 안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규칙을 지키고, 친구를 배려하고, 패배를 받아들이며, 다시 도전하는 법을 배운다. 이것은 수학 문제 하나를 더 푸는 것만큼이나 중요하고, 어쩌면 삶에서는 더 오래 남는 배움이다. 학교 운동장이 비어 있다는 것은 단순히 아이들이 공을 차지 못한다는 뜻이 아니다. 아이들이 몸으로 배울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것은 교육이 점점 안전과 민원이라는 이름 아래 좁아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교육은 무엇을 보호해야 하는가.
학교는 무엇을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가.  그리고 어른들은 아이들의 성장 앞에서 어디까지 참아주고, 어디까지 이해해야 하는가.

모든 민원을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모든 민원을 이유로 아이들의 경험을 없애서는 안 된다. 민원이 있다면 조정해야 한다. 위험이 있다면 관리해야 한다. 불편이 있다면 대화해야 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뛰어놀 권리와 배움의 기회까지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조용히 자라지 않는다. 아이들은 뛰면서 자란다. 소리치며 자란다. 부딪히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며 자란다. 비어 있는 운동장을 바라보며 다시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혹시 우리는 아이들에게, 세상은 조용히 눈치 보며 살아야 하는 곳이라고 가르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아직 늦지 않았다.

아이들의 함성이 다시 운동장에 울려 퍼질 수 있도록, 이제는 어른들이 배워야 할 차례다.

[사진] 비어 있는 운동장 앞에서 교육을 다시 묻다

#사진 - 이형주 교수 제공

작성 2026.05.06 04:58 수정 2026.05.06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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