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운동가 윤현, 파크골프 칼럼]함께 걷는 길 위에서

파크골프가 잇는 사람과 사람 사이

[중소기업연합뉴스] 김준수 기자 =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누군가와 함께합니다. 처음 걸음을 뗄 때도, 처음 학교에 갈 때도, 처음 사회에 나설 때도 언제나 곁에 누군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생의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어느 순간, 그 '누군가'의 자리가 하나씩 비어 가기 시작합니다.

 

자녀들은 각자의 삶으로 떠나고, 오랜 동료들과는 자연스럽게 멀어지며, 어느 날 아침 문득 깨닫게 됩니다. 옆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고독은 나이 듦의 숙명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고독은 환경이지, 결코 운명이 아닙니다.

 

노년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면, 그 시작을 진정으로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혼자만의 힘으로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삶은 언제나 관계 속에서 깊어지기 때문입니다.

 

파크골프장에 나가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곳에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름도 모르고, 사는 곳도 다르고, 살아온 이야기도 제각각이지만, 공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자연스럽게 말을 건넵니다. "오늘 처음 나오셨어요?" 한 마디가 대화의 시작이 되고, 한 라운드를 함께 돌고 나면 어느새 오래된 친구처럼 느껴지는 사람이 생깁니다.

 

이것이 파크골프가 가진 또 하나의 힘입니다. 기술보다 앞서, 성과보다 먼저,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 힘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라는 말은 단순한 철학적 명제가 아닙니다. 실제로 우리의 몸과 마음은 연결을 통해 살아갑니다.

 

고립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져 있습니다. 사회적 고립은 면역 기능을 약화시키고, 인지 기능의 저하를 앞당기며, 우울과 불안의 씨앗이 됩니다. 반대로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느낌, 내가 이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감각은 몸과 마음 모두를 살리는 힘이 됩니다.

 

파크골프는 그 연결을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만들어 냅니다. 억지로 모임을 만들지 않아도,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그저 같은 공간에서 같은 방향을 향해 걸으면 됩니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걷는 동안 나누는 이야기, 공이 홀컵에 들어갔을 때 터지는 웃음, 실수한 서로를 향한 따뜻한 위로 한마디. 이 모든 것이 쌓여 관계가 되고, 관계가 쌓여 삶의 토대가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것이 있습니다. 함께한다는 것은 단지 같은 공간에 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서로를 바라보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파크골프장에서는 그것이 가능합니다. 승패가 전부가 아니기에 상대를 경쟁자로만 볼 필요가 없습니다. 점수가 낮아도 박수받을 수 있고, 느리게 걸어도 누구도 재촉하지 않습니다. 그 안에서 사람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합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진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오랫동안 그리웠던 감각인지 모릅니다. 빠르게 달려온 삶 속에서 우리는 늘 무언가를 증명해야 했고,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할 때면 스스로를 작게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파크골프장에서는 다릅니다. 오늘의 나로, 지금의 나로 충분합니다.

 

파크골프는 세대를 잇는 통로이기도 합니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같은 코스를 걷고, 중년의 부부가 나란히 클럽을 쥐며, 처음 만난 70대와 60대가 팀이 되어 한 라운드를 완성합니다. 다른 시간을 살아온 사람들이 같은 리듬 위에서 만나는 것입니다.

 

이러한 만남은 단순한 교류를 넘어섭니다. 노년의 지혜가 젊은 세대에게 자연스럽게 전해지고, 젊은 세대의 활기가 노년의 삶에 생동감을 불어넣습니다. 이것이 바로 건강한 공동체가 만들어지는 방식입니다.

 

한 사회가 얼마나 성숙한가는 그 사회가 노년을 어떻게 대우하는가로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 대우는 제도보다 먼저, 일상의 공간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함께 걸을 수 있는 곳, 함께 웃을 수 있는 곳, 그리고 함께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곳. 파크골프장은 바로 그러한 일상의 공간이 됩니다.

 

오늘도 누군가는 파크골프장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악수를 나눕니다. 어색하게 시작된 그 악수가 다음 주에는 반가운 인사가 되고, 한 달 뒤에는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사이가 됩니다. 그렇게 쌓인 만남들이 이 사람의 삶에 다시 온기를 불어넣습니다.

 

노년은 관계가 줄어드는 시간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 진실하고 더 깊은 관계를 새롭게 맺을 수 있는 시간입니다. 살아온 무게만큼 이해의 폭이 넓어졌고, 지나온 시간만큼 사람을 보는 눈이 깊어졌기 때문입니다. 함께 걷는 길 위에서, 사람은 다시 살아납니다. 그 길이 파크골프장 위에 놓여 있습니다.

 

[국민운동가 윤현}

 

 

중소기업연합뉴스 기자 yko777@naver.com
작성 2026.05.12 00:13 수정 2026.05.12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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