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주교수의 제언]] 쉰 세번째 이형주 교수의 이야기, 우리는 누군가의 스승이다

스승의 날에 다시 묻는 진정한 교육과 제자의 도리

스승의 날은 단순히 꽃을 전하고 감사 인사를 나누는 날이 아니다. 본래 스승의 날은 교권 존중과 스승 공경의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고, 교원의 사기 진작과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지정된 법정기념일이다. 그런데 요즘의 스승의 날을 바라보면, 우리는 조금 씁쓸한 질문 앞에 서게 된다.

우리는 정말 스승을 존중하고 있는가. 우리는 교육을 신뢰하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누군가에게 배운 사람답게 살아가고 있는가.

최근 스승의 날을 앞두고 ‘교사와 학생이 케이크를 함께 먹을 수 있는가’, ‘카네이션을 전달해도 되는가’와 같은 문제가 논란이 되었다. 실제로 청탁금지법상 현재 학생을 평가하거나 지도하는 담임교사·교과담당교사는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소액의 선물도 받을 수 없고, 학생이 직접 쓴 손편지나 카드는 허용될 수 있지만 금품성 선물은 제한된다. 법의 취지는 이해한다. 교육 현장에서 부정한 청탁이나 불필요한 오해를 막고, 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도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법이 아니라, 법이 아니면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된 교육 현실이다.

케이크 한 조각을 함께 먹는 일이 논란이 되고, 카네이션 한 송이를 건네는 일조차 조심스러워진 학교.
감사의 마음은 남아 있지만, 표현은 두려워진 시대. 존경은 말해야 하지만, 혹시 문제가 될까 봐 멈칫하는 현실.

이것이 과연 우리가 바라던 교육의 모습일까?  교육은 본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시작된다.
스승은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만이 아니다. 때로는 삶의 방향을 보여주고, 때로는 넘어지는 제자를 다시 일으켜 세우며, 때로는 말보다 태도로 가르치는 사람이다. 진정한 스승은 정답을 대신 살아주는 사람이 아니라, 제자가 스스로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사람이다.그러나 오늘의 교육은 점점 관계보다 규정에 가까워지고 있다. 가르침보다 민원이 앞서고, 존중보다 의심이 앞서며, 스승과 제자의 관계마저 행정적 위험 관리의 대상으로 바뀌고 있다. 선생님은 가르치기 전에 조심해야 하고, 학생은 감사하기 전에 허용 범위를 확인해야 하며, 학부모는 마음을 전하기 전에 법적 기준부터 살펴야 한다.

물론 모든 규정이 잘못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공정한 교육을 위해 선은 필요하다. 하지만 선이 사람 사이의 온기까지 지워버린다면, 우리는 교육의 본질을 다시 물어야 한다. 스승의 날은 선물을 주고받는 날이 아니다. 그러나 동시에, 감사의 마음마저 의심받아야 하는 날도 아니다.진정한 교육은 신뢰 위에서 자란다. 제자가 스승을 존중하고, 스승이 제자를 아끼며, 학부모가 교사를 믿고, 사회가 교육자를 보호할 때 교육은 비로소 살아난다. 교권은 권위주의가 아니다. 교권은 학생을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교육의 기반이다. 스승 공경도 낡은 예절이 아니다. 그것은 배움에 대한 최소한의 겸손이며, 자신을 성장시켜준 사람에 대한 인간적 도리다. 제자의 도리 역시 단순히 스승의 날에 인사를 드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진짜 제자의 도리는 배운 것을 삶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스승이 가르쳐준 성실함을 자신의 자리에서 이어가고, 스승이 보여준 책임감을 누군가에게 다시 전하며, 스승이 심어준 질문을 평생의 공부로 가져가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제자였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용기를 얻었고, 누군가의 꾸중 속에서 방향을 잡았으며, 누군가의 기다림 속에서 다시 일어났다. 지금의 나는 혼자 만들어진 사람이 아니다. 나를 가르친 사람들의 시간과 마음, 인내와 희생이 쌓여 오늘의 내가 되었다. 동시에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스승이다.
교단에 서지 않아도, 학위를 갖고 있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면 우리는 이미 스승의 자리에 서 있다. 부모는 자녀에게, 선배는 후배에게, 지도자는 선수에게, 교수는 학생에게, 그리고 어른은 다음 세대에게 삶의 태도를 보여준다. 그래서 스승의 날은 특정한 직업을 가진 사람만의 날이 아니다. 우리가 받은 가르침을 돌아보고, 내가 누군가에게 어떤 가르침으로 남고 있는지를 성찰하는 날이다.

요즘 교육을 비판해야 한다면, 단순히 학교만 비판해서는 안 된다. 교사를 불신하게 만든 사회, 배움을 소비처럼 대하게 만든 문화, 성적은 중요하게 여기면서 사람을 가르치는 일의 가치는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 문제가 생기면 대화보다 신고와 민원으로 먼저 향하는 구조까지 함께 돌아봐야 한다. 교육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 아니다. 존중이 사라질 때, 신뢰가 약해질 때, 감사가 형식이 될 때, 그리고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계산과 경계 속에 갇힐 때 교육은 서서히 힘을 잃는다.

스승의 날을 맞아 다시 생각한다.

스승은 존경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 존경은 강요가 아니라 삶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제자는 감사해야 한다. 그러나 그 감사는 선물이 아니라 실천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사회는 교사를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보호라는 이름으로 교육의 온기까지 차갑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누군가의 스승이다. 그리고 여전히 누군가의 제자다. 

오늘만큼은 조용히 떠올려보았으면 한다.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준 스승은 누구였는가.
나는 그 가르침을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가. 그리고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어른, 어떤 지도자, 어떤 스승으로 기억될 것인가. 스승의 날은 꽃보다 마음이 먼저인 날이다. 규정보다 신뢰가 먼저인 날이다. 형식보다 가르침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야 하는 날이다.

모든 스승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누군가에게 부끄럽지 않은 스승이 되기를 바란다.

[사진] AI로 만든 사진, 이 시대의 참 교육에 대해

[사진] 이형주 교수 제공

작성 2026.05.15 02:47 수정 2026.05.15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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