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제106문
Q. What do we pray for in the sixth petition? A. In the sixth petition, which is, And lead us not into temptation, but deliver us from evil, we pray, that God would either keep us from being tempted to sin, or support and deliver us when we are tempted.
문. 제6간구에서 우리는 무엇을 구합니까? 답.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시옵소서"라는 제6간구에서 우리가 구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죄에 빠지게 하는 시험으로부터 지켜주시거나, 우리가 시험을 당할 때에 우리를 붙들어 주시고 건져 주시기를 구하는 것입니다.
ㆍ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마 6:12)
ㆍ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기도하라 마음에는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 하시고(마 26:41)
ㆍ여러 계시를 받은 것이 지극히 크므로 너무 자만하지 않게 하시려고 내 육체에 가시 곧 사탄의 사자를 주셨으니 이는 나를 쳐서 너무 자만하지 않게 하려 하심이라 이것이 내게서 떠나가게 하기 위하여 내가 세 번 주께 간구하였더니(고후 12:7-8)

인간의 의지력은 믿을 만한 자원일까? 현대 심리학과 행동경제학은 이 질문에 매우 회의적인 답변을 내놓는다.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 1945-)가 제시한 '넛지'(Nudge) 이론이나 다니엘 카너먼(Daniel Kahneman, 1934-2024)의 '시스템 1과 시스템 2' 이론은 인간이 얼마나 환경에 취약하며, 비합리적인 유혹에 쉽게 굴복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탈러의 넛지 이론이란, 선택지를 없애거나 강제하지 않고 선택 환경(Choice Architecture)을 설계하면 사람들이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행동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카너먼의 ‘시스템 1과 시스템 2’ 이론은 인간의 사고가 두 가지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이론이다. 시스템 1은 빠르고 직관적이며 자동적으로 반응하고, 시스템 2는 느리고 신중하며 논리적으로 사고한다고 카너먼은 말한다. 두 이론을 통해 '우리 행동의 결정은 자신의 의도가 아닐 수 있으며, 실수조차도 인식할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다고 믿지만, 정교하게 설계된 마케팅 알고리즘과 사회적 압박 앞에서 우리의 결단은 모래성처럼 허물어지곤 한다. 주기도문의 마지막 간구인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시옵소서"는 바로 이러한 인간의 실존적 취약성에 대한 정직한 고백이자, 그 취약성을 넘어서는 초월적 도움에 대한 요청이다.
여기서 '시험'으로 번역된 헬라어 '페이라스모스'(πειρασμός)는 양면성을 지닌 단어다. 한편으로는 금을 제련하듯 인간의 인격을 연단하는 '테스트'(Test)를 의미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파멸로 이끄는 '유혹'(Temptation)을 뜻한다. 라틴어 역본 불가타(Vulgata)는 이를 '텐타치오'(Tentatio)로 옮겼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하나님께 이 시험에 '들게 하지' 말아달라고 기도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시험이 없는 진공 상태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시험이라는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세상 속에서 침몰하지 않도록 우리를 보호해 달라는 실전적인 간구다.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세계나 일상의 관계망은 그 자체로 거대한 시험의 장이기 때문이다.
유혹은 대개 우리의 욕망이 결핍과 만날 때 증폭된다. 인정을 향한 욕망이 무시라는 환경을 만날 때 분노의 유혹이 생기고, 안전을 향한 욕망이 불확실한 경제 상황을 만날 때 탐욕의 유혹이 고개를 든다.
소요리문답 제106문은 이 지점에서 매우 현실적인 두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첫째는 '죄에 빠지게 하는 시험으로부터 지켜주시는 것'이며, 둘째는 '시험을 당할 때에 우리를 붙들어 주시고 건져 주시는 것'이다. 이는 예방적 은혜와 회복적 은혜를 동시에 구하는 것이다. 현대인이 겪는 '번아웃'이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는 대개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지 않고 모든 유혹을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자만에서 비롯된다. 진정한 강함은 자신의 약함을 알고 미리 도움을 구하는 겸손에서 시작된다.
또한 이 간구는 '위기 관리'(Risk Management)의 정수를 보여준다. 유능한 경영자는 위기가 닥친 후에 수습하는 것보다 위기가 발생하지 않을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공을 들인다.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라는 기도는 우리 영혼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다. 부정직한 이익의 유혹이 올 때, 그것을 개인의 윤리 의식에만 맡겨두지 않고 하나님의 통치 아래 자신을 두는 환경 설정을 의미한다.
"악에서 구하시옵소서"라는 요청은 이미 악의 영향력 아래 놓인 구조적 모순이나 관성으로부터의 탈출을 뜻한다. 여기서 '악'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인격을 파괴하고 관계를 해치는 실제적인 세력, 즉 '포네로스'(πονηρός, 악한 자)를 포함한다. 우리는 우리를 억누르는 사회적 악과 내면의 어둠으로부터 '해방자'(Liberator)이신 하나님을 호출하는 것이다.
사도 바울은 자신의 몸에 있는 '가시'가 떠나가기를 세 번이나 간구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가시를 제거해 주는 대신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라는 응답을 주셨다. 이는 시험 자체가 사라지는 것보다 시험 속에서 하나님의 능력이 머무는 것이 더 큰 승리임을 시사한다.
고난과 시험은 인간을 깊게 만든다. 그러나 그 깊어짐이 절망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반드시 '건져 주심'의 은총이 필요하다. 그리스도께서 광야에서 시험을 받으실 때 말씀으로 물리치셨던 것처럼, 우리 역시 일상의 유혹 앞에서 하나님의 약속이라는 밧줄을 붙들어야 한다.
제6간구인 소요리문답 제106문은 주기도문의 완성이자 인간 삶의 안전장치다. 우리는 매일 아침 이 기도를 통해 자신의 한계를 시인하고, 하나님의 전신갑주를 입는다. "나는 유혹에 약하다"는 고백은 패배주의가 아니라 가장 강력한 저항의 선언이다. 내가 나를 믿지 않고 하나님을 신뢰할 때, 세상의 화려한 유혹은 그 빛을 잃고 영원한 가치가 선명해진다.
악의 중력이 우리를 끌어내리려 할 때, 이 기도는 우리를 하늘의 궤도로 쏘아 올리는 추진력이 된다. 오늘 우리가 마주할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이 간구가 우리를 진정한 자유와 생명의 길로 인도하는 북극성이 되기를 소망한다.
허동보 목사(Rev. Huh Dongbo) | 수현교회(Suhyun Church)
저서 | 『왕초보 히브리어 펜습자』, 『왕초보 헬라어 펜습자』, 『왕초보 히브리어 성경읽기』, 『고난, 절망의 늪에서 피어난 꽃』, 『부와 기독교신앙』, 『그와 함께라면』, 『만남』, 『AI시대, 히브리어로 답하다』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