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불러온 위기
히스기야에게 바벨론 왕 므로닥발라단의 사절들이 찾아왔다. 그들은 히스기야가 병들었다가 회복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편지와 예물을 가져왔다. 겉으로 보면 외교적인 축하 방문이었다.
그러나 히스기야에게는 이것이 또 하나의 시험이었다. 병들었을 때 그는 하나님께 눈물로 기도했고 생명을 연장받았다. 하지만 고난을 통과한 뒤 찾아온 성공과 관심 앞에서는 마음을 지키지 못했다.
사람은 어려울 때만 시험받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일이 잘될 때, 사람들이 나를 인정할 때, 가진 것이 많아질 때 더 은밀한 시험이 시작된다.
히스기야는 바벨론 사절들에게 자신의 보물창고를 열었다. 은과 금, 향품과 보배로운 기름, 무기고와 모든 창고를 보여주었다. 성경은 “히스기야가 그들에게 보이지 아니한 것이 없었다”고 기록한다.
문제는 보물 자체가 아니었다. 히스기야의 마음이었다.
그는 “하나님께서 나를 살리셨다”는 간증보다 “내가 이만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하나님의 은혜가 어느 순간 자신의 영광을 드러내는 도구가 된 것이다.
우리의 삶에도 비슷한 순간이 있다. 직장과 사업의 성공, 자녀의 성취, 좋은 집과 자동차, 학력과 경력, 교회의 성장까지 처음에는 감사의 제목이었지만 어느 순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자랑이 될 수 있다.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은 감사의 이유이지 교만의 근거가 아니다.
이사야는 히스기야에게 묻는다.
“그 사람들이 무엇을 보았나이까?”
이 질문은 오늘 우리에게도 향한다.
사람들이 우리를 만났을 때 무엇을 보는가. 우리의 능력인가, 재산인가, 경력인가, 아니면 그 모든 것을 허락하신 하나님인가.
이사야는 충격적인 예언을 전한다. 왕궁에 있는 모든 것이 장차 바벨론으로 옮겨지고 후손 가운데 일부는 바벨론 왕궁의 환관이 될 것이라는 말씀이었다.
히스기야가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던 바로 그것들이 훗날 바벨론의 전리품이 된다.
우리가 하나님보다 더 의지하는 것은 언젠가 우리를 실망시킬 수 있다. 재산도 사라질 수 있고 지위도 내려놓아야 하며 사람의 인정도 오래가지 않는다.
그러므로 믿음의 사람은 “무엇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보다 “누구를 의지하고 있는가”를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히스기야는 이사야의 경고를 듣고 “당신이 이른 바 여호와의 말씀이 좋소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의 생전에는 평안과 견고함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대목은 우리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나만 괜찮으면 되는가?”
참된 신앙은 오늘의 평안만 구하지 않는다. 우리의 선택이 다음 세대에 어떤 영향을 남길지도 생각한다. 부모의 믿음은 자녀에게 유산이 되고, 지도자의 결정은 공동체의 미래가 된다.
오늘 우리가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보물은 금과 은이 아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이다.
세상에 보여주기 위한 삶보다 하나님 앞에서 진실한 삶을 선택하자. 내가 가진 것을 자랑하기보다 그것을 주신 하나님을 높이자. 그리고 오늘의 평안을 누리는 데서 멈추지 말고 다음 세대가 믿음 안에서 살아갈 길을 준비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