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가치를 만드는 사람들(송원철 원장 편)

정직함이 증명하는 보통의 힘, 청년 미용인 송원철 원장의 담백한 스토리

"제 기준이 내 안에 있어야 해요. 그래야 내 세상을 구축할 수 있거든요."

후회하지 않을 환경을 스스로 만든다

▲ ‘수아르떼’ 송원철 대표 모습 [사진=보통의가치 뉴스]

 

단골 미용실에서 발견한 ‘진심의 시스템’

 

서울 한 골목, 예약제로만 운영되는 미용실 '수아르떼'. 이곳의 원장 송원철(30세)은 95년생 청년이다. 25살에 첫 창업을 했고, 현재 3호점을 운영하며 4호점을 준비 중이다. 그를 만나기 전, 나는 이미 그의 샵을 다니는 담당 디자이너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원장님이요~” 그녀가 원장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느껴지는 건 불만이 아닌 신뢰였다. 나의 디자이너는 원장이 만든 시스템에 만족하며 일하고 있었고, 그 긍정적인 분위기가 내게도 전해졌다.

 

‘어떤 사람이기에 직원이 저런 눈빛으로 이야기할까’. 그 궁금함은 곧, 그가 만든 '진심의 시스템'을 직접 듣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마음은 결국 그와의 만남을 만들어냈다.

 

첫 번째 전율, “후회하지 않을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미용만 했어요.” 중학교 3학년,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에 그는 자신을 냉철하게 분석했다. 

 

“하기 싫은 건 잘 못해요. 그런데 한번 시작하면 꾸준히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오래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죠. 공부는 좋아하는 과목만 하고 싶었는데, 그걸로 경쟁력을 갖추긴 애매했어요. 그러다 미용이라는 길을 발견했어요. 지치지 않고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의 선택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그는 말했다. “결정한 뒤 후회하면 뭐해요. 뒤돌아설 수는 없잖아요.” 

 

그의 다음 말에 나는 첫 번째 전율을 느꼈다. “그래서 저는 계속 잘한 선택이어야만 하는 환경을 제 스스로 계속 만들어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 다른 길을 찾는 대신, 그 선택이 잘한 선택이 되도록 환경을 능동적으로 만든다는 것. 그는 그 환경 만들기의 첫걸음이 '직업에 대한 의미를 찾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미용을 계속할 거고, ‘계속 좋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계속 질문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제 나이에 제가 제일 쉽게 할 수 있었던 방법이 이 직업에 대한 의미를 찾는 거더라고요. 이렇게 의미를 찾아가는 게 저를 지치지 않게 만들어줬어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환경을 바꾸는 사람. 그것이 송원장의 첫 번째 철학이었다.

 

두 번째 전율, “정성은 배우는 게 아니라, 진심이 바탕에 있어야 따라와요.”

 

첫 취업 후, 샵에서 가르치는 미용인의 소양에 미묘한 위화감을 느꼈다고 그는 말했다. 

 

“그 샵에서 가르치는 미용인의 소양이 있었어요. 항상 밝고, 친절하고, 열정적이고, 목표를 수치화해서 성취해야 하고... 다 좋은데, 뭔가 이상했어요. 진심이 아닌데 웃어야 하고, 고객을 충분히 이해하고 고객을 위한 결과물을 내는 것보다 손님 앞에서 막 뽐내듯 퍼포먼스 위주의 기술을 해야 한다는 건가? 반감이 들더라고요.”

 

그는 자신에게 질문했다. “나는 성향상 그건 안 되겠구나. 직업적으로 헤어디자이너가 이런 거라면 나랑 맞지 않는데... 그럼 포기해야 할까?” 그의 답은 단호했다. 

 

“아니요. 제가 좋아하게 될 환경에 저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열심히 창업을 준비했죠. 제가 될 수 없는 것에 노력하고 나를 갈아 넣는 것보다, 미용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다른 헤어디자이너 상을 만들어서 이게 이 시장에 먹히게 하자고 생각했어요.”

 

5년을 고민하며 준비해 25살에 첫 창업을 했다. 그가 정립한 새로운 미용인 상은 '정성과 진심'이라는 단순하고도 강력한 답이었다. 

 

“많은 고민 후 도달하게 된 게 '정성과 진심'이었어요. 정성을 다하는 헤어디자이너, 마음이 진심이어야 해요. 정성은 배우는 게 아니에요. 진심이 바탕에 있어야 정성이 따라와요. 서툴더라도 마음이 전해지는 게 중요하죠.”

 

그는 고객을 단순한 매출의 대상이 아니라 '인정받고 싶은 존재'로 보았다. “한 고객이 제 앞에 와서 아름답고 싶어서,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서 헤어를 꾸미러 왔는데, 이 헤어를 만져주는 디자이너가 이 머리를 작업물처럼 생각하거나, 돈으로 생각하면, 그런 디자이너는 본질을 잃은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의 철학은 기술보다 마음에서 시작된다. “순서가 중요해요. 내가 실력 있는 디자이너로 보이기 위해 기술을 배우는 게 아니라, 고객에게 만족을 드리고 싶어서 기술을 배우게 되는 거예요. 목적이 다르면 결과도 달라지거든요.”

 

“진심과 정성이 바탕에 있으면 응대는 저절로 따라와요. 디자이너들도 다 자기 색깔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직원들에게도 최소한의 매뉴얼 외에는 친절을 강요하지 않아요. '진심과 정성'을 이야기하죠. 제가 20살 때 느꼈던 그 위화감을 이렇게 바꾼 거예요.”

 

“서툴더라도 정성이 담겨 있으면 그 결과물의 기술적 완성도와는 별개로 ‘나에게 최선을 다해주는 디자이너’라는 특별한 가치는 남게 돼요.”

 

▲ 미용 봉사 현장 모습 [사진=송원철 제공]

 

세 번째 전율, “함께 늙어가는 거예요, 재방 고객들과...”

 

그는 미용을 평생 업으로 삼기 때문에, 빠른 성장보다 ‘지속 가능한 구조’를 선택했다. “신규 고객 위주의 운영은 너무 위태로워요. 재방 고객이 쌓이면 크게 성공하지 않더라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죠.”

 

그는 재방 고객에 집중하는 것이 '정성'과 '롱런'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모두 충족시킨다고 보았다. “고객에게 화려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공격적인 영업을 하는 것보다 정성을 다하는 게 결국에는 재방을 위한 거예요. 그 다음에 헤어디자이너도 늙어가잖아요. 동년배 손님들이 결국엔 주를 이루게 되어 있는데, 함께 늙어가는 거예요. 재방 고객들과.”

 

이것이 현실적으로 디자이너가 롱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확신했다. “40, 50, 60이 되어서도 계속 마케팅 싸움만 할 순 없잖아요. 지금부터 재방 고객과 관계를 쌓아서 함께 늙어가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 거죠.”

 

그 철학은 현실로 증명되고 있다. 지금 그의 샵은 재방 고객들로 가득 차 있다. 마케팅 없이도 유지되는 구조. 그것이 진심의 힘이었다 ‘수아르떼’는 어시스턴트 없이 모든 디자이너가 처음부터 끝까지 시술을 담당한다.

 

“인건비 부담도 크고, 기술적으로도 디자이너가 직접 다 하는 게 완성도가 높아요. 어시스턴트 인건비를 줄인 만큼, 그 비용을 디자이너와 고객에게 돌아가는 서비스에 투자하는 게 더 낫다고 봐요.”

 

어시스턴트를 두고 동시에 여러 손님을 받는 시스템의 한계를,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제가 직원으로 일할 때 그렇게 했었거든요. 그렇게 일하니 정말 힘들었어요. 고객은 디자이너를 믿고 온건데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서 어시스턴트에게 많은 역할을 맡겨야 하는 시스템이었죠. 나를 믿고 온 고객들을 다른 수단을 써서 효율적으로 응대하고 있는 모습이 스스로 부끄러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는 매출보다 ‘정직한 운영’을 택했다. 자신이 직접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것, 그것이 진심을 증명하는 또 다른 방식이었다.

 

네 번째 전율, “기술은 반드시 늘어요. 정직한 마음만 있다면…”

 

함께 일할 디자이너를 뽑을 때 그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주저 없이 답했다. 

 

“정직한지만 봐요. 이 사람이 지금 이 말을 하는 게 좋게 보이려고 하는 건지, 아니면 진짜 속마음인지 느껴지잖아요. 저는 그 사람이 정직한가를 봐요. 그 말이 오답일지언정. 기술은 늘어요. 이런 마음가짐만 있다면 반드시…”

 

그의 진짜 꿈은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다. 미용 문화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제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헤어디자이너상, 바람직한 헤어샵의 모습이 있어요. 그 바람직한 샵에서는 일하는 디자이너들도 행복하고 다녀가는 고객들도 더 만족할 거라 생각해요.”

 

“이런 샵들이 늘어나면 미용이라는 직업이 갖고 있는 인식과 문화가 자연스레 바뀌게 되겠죠. 큰 꿈이긴 한데 제 머릿속에는 그 모습이 상상이 돼요.“ 그래서 이 방식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고, 미용인들에게 강의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가장 중요한 건 헤어디자이너들이 자기 직업에 대한 정체성을 갖는 거예요. 직업 존중감이라고 해야 하나... 자기 직업의 목적과 의미를 알고 자부심을 갖는 게 기본이에요. 그게 고객에게 좋은 시간과 디자인을 제공하기 위한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헤어디자이너들이 기술과 홍보수단을 연구하는 것보다,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고 책임감을 갖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게 더 필요하다고 봐요. 그랬을 때 진짜 고객을 위한 진심이 담긴 기술과 서비스가 탄생하고, 나 자신도 더욱 사랑할 수 있으니까요.”

 

24살의 나에게, “생각을 멈추지 말고 자신을 믿어라”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 자신에게 한마디를 할 수 있다면? 그는 창업을 준비하기 시작한 24살로 가겠다고 했다.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자신감이 넘쳤어요. 지금은 생각이 더 풍부해졌는데, 불안도 많아지고 확신은 오히려 줄어들었어요. '내가 갖고 있는 이 생각이 정말 옳은가' 하는 의심을 계속하게 되거든요. 의심과 불안이 필요하긴 한데, 너무 과한 것 같아요.”

 

그렇다면 24살의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을까. “생각하는 걸 멈추지 말고, 회피하지도 말고, 골똘히 생각해서 결론을 내렸으면... 그다음엔 불안해하지 말고 자신을 믿으라고 하고 싶어요. 잘 할거라고…”

 

에필로그

 

인터뷰 내내 가장 강렬하게 느껴진 것은 송원철 원장의 '정직함'이었다. 남들을 아름답게 꾸며주는 사람이지만, 그의 말에는 꾸밈이 없었다. 가식도 없이 편안했다. 준비된 답변이 아니라, 삶 속에서 길러진 문장들이었다.

 

인터뷰를 마치며 물었다. “혹시 기사에 담았으면 하는 의도가 있으신가요?” 그는 웃으며 답했다. “아니요, 있는 그대로 써 주세요. 그게 오늘의 저니까요.”

 

‘기준이 내 안에 있어야 한다’는 그의 말처럼, 그는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기 안의 기준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오직 스스로 세운 정직한 기준만을 보여주었다. 이것이야말로 그의 '정직함'의 또 다른 증명이었다.

 

“삶도 다양하고 기준도 다양하잖아요. 인간은 결국 유한한 존재니까, 살아 있는 동안 행복해야 하는데요. 그러려면 기준이 내 안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95년생 청년 송원철. 그는 진심과 정성이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기준을 세우고, 그것을 실천하며, 미용 문화의 변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후회하지 않을 환경을 스스로 만든다’는 그의 철학은, 환경을 탓하지 않고 자신의 선택을 믿는 용기의 언어다. 송원장이 구축해 가고 있는 세상은 화려하지 않지만 단단하다.

 

 

✍ 발행인의 말_ ‘보통의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이유

 

우리는 늘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화려한 무대 위의 사람들, 세상이 주목하는 이름들. 하지만 세상은 그들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우리 곁에는 특별하지 않아 보이지만 특별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기 일을 묵묵히 해내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가치를 더하는 ‘보통의 사람들’ 말입니다.

 

그들은 누군가의 인정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며, 발견한 것들을 하루하루 검증해냅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속도로, 자신이 그리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죠. 

 

보통의 가치 뉴스의 '보통의 사람들' 코너는 바로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이 인터뷰는 특정 브랜드나 업체, 영업처를 홍보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그 '사람'에게 집중합니다. 그가 어떤 고민을 하며 살아가는지, 어떤 철학으로 일을 대하는지, 무엇을 검증해왔고 무엇을 꿈꾸는지를...

 

우리가 인터뷰하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드러내기보다 삶으로 증명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많은 인터뷰를 할 수는 없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던지는 진심의 전율을 세상과 나누고 싶습니다.

작성 2025.11.05 12:43 수정 2025.11.0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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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뿌리를 옮기다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94)

믿음의 선배들(4) 헝클어진 세상을 이어 붙인 사랑의 평화주의자, 리옹의 이레네우스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4] - 다윗이 옮겨놓은 법궤 앞 찬송에 숨겨진 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