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AIR인터뷰] 윤치연 교수, 30년 임상심리에서 ‘AI 심리검사 창업가’로… 느리지만 확실한 행복을 말하다

“AI는 빛, 인간은 그 빛을 따뜻하게 만드는 온기입니다”

62세, 다시 대학 신입생으로 “배움은 숨처럼 새로워야 해요”

‘단디’라는 이름에 담긴 마음, “제대로, 꼼꼼히, 단단하게”

30년 동안 병원과 학교에서 수많은 아이와 부모를 만나온 임상심리 전문가 윤치연 교수는 이제 ‘창업가’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이라는 한마디에서 시작된 그의 여정은 상담실을 넘어, 손안의 심리검사로 이어졌다. 늦은 나이에 다시 대학 강의실로 돌아가며 “배움은 숨처럼 새로워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여전히 사람의 마음을 연구하고, 기술보다 관계의 온기를 믿는다.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자 인터뷰 자리를 마련했다.

 

 

자기소개를 한다면?


임상심리학, 특수교육, 뇌과학을 공부하였고, 국립재활병원과 대학에서 30년간 임상과 연구 경험을 토대로, 영유아발달검사 등 20여 개 심리검사와 20여 권이 넘는 책을 집필하였다. 현재 (사)한국심리협회장을 맡아 전문가 양성에 힘쓰고 있으며, 국내 최초 모바일 심리검사 구독서비스(단디)를 개발하여, 부모와 교사가 가정과 기관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발달평가 및 상담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오랜 기간 임상심리 분야에서 활동하다 ‘교수’에서 ‘창업가’로 전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30년 동안 병원과 학교에서 수많은 아이와 부모를 만났다. 그들의 입에서 가장 자주 들었던 말은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이었다. 그 한마디가 마음속에 오래 남았다. 상담 한 번으로 끝나는 관계가 아니라, 집과 교실에서도 이어질 수 있는 도움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강의실을 나왔다. 화려한 전환이 아니라, 오래 품어온 마음의 방향을 삶으로 옮긴 일이었다. 누구나 손안에서 바로 검사하고, 바로 이해하고, 바로 돌볼 수 있는 길을 택한 것, 그것이 나의 선택이었다. 느리지만 확실한 행복을 위해서였다.

 

 

62살에 다시 대학 신입생으로 입학한 결정을 내리게 된 내면의 동기는?


나이는 숫자지만, 배움은 숨처럼 새로워야 한다고 믿는다. 아이의 변화를 이야기하려면, 나 자신이 먼저 변해야 했다. 낯선 교정에서 처음 출석을 부르던 순간, 가슴이 뛰었다. “다시 시작해도 괜찮다”는 말을 삶으로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부모님께, 교사에게, 그리고 내 또래에게도 말이다. 늦은 나이에 책상 앞에서 밤을 지새우며 깨달았다. 배움은 뇌와 마음을 다시 피어나게 한다는 것을. 그 기쁨을 따라가고 싶다. 그리고 그 용기가 더 많은 사람의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

 

 

오랜 교육자이다가 창업 과정에서 다르게 느껴지는 점은?


강의실에서는 ‘옳은 답’을 찾았다면, 현장에서는 ‘쓸 수 있는 답’을 만들어야 했다. 논문 한 줄보다 한 부모에게 건넨 쉬운 리포트 한 장, 따뜻한 한마디가 더 큰 위로가 되기도 했다. 실수도 했고, 실패도 많았다. 하지만 “덕분에 용기가 났어요. 새로 시작해볼게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길이 분명해졌다. 창업은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곳에 더 빨리 다가가려는 방법이었다. 결국, 내가 하는 일은 한 사람의 하루를 가볍게 만드는 일, 즉 희망을 잃지 않게 돕는 일이다.

 

 

사진=(주)마음알지 홈페이지

 

‘단디’라는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단디’는 부산 사투리다. ‘제대로, 꼼꼼히, 단단하게’라는 뜻을 품고 있다. 급히 고치기보다, 아이와 부모의 하루에 천천히 스며들어 몸과 마음, 뇌가 제자리를 찾게 돕겠다는 약속이다. 버튼 하나로 끝나는 서비스가 아니라, 손을 맞잡고 끝까지 함께 가자는 신호다. 오늘의 작은 관찰 한 줄, 짧은 칭찬 한마디가 쌓이면, 아이의 내일은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다.

 

 

AI 기반 심리검사 구독서비스는 국내 최초라고 들었는데 ‘심리검사의 미래’는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심리검사는 이제 종이에서 벗어나 일상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필요할 때 바로 열어보고, 이해하기 쉬운 말로 결과를 들으며, 곧바로 실천할 수 있는 코칭으로 이어지는 흐름. 어제의 점수를 붙잡기보다 오늘의 변화를 보는 방식이 중요하다. 기술은 빠르게 달리지만, 사람을 향한 마음은 천천히 깊어져야 한다. 객관적 설명, 스스로 선택할 권리, 인간다운 속도. 이 세 가지를 지키는 것이 진짜 심리검사의 미래다. 단디의 심리검사는 그 길 위에서 아이와 가족을 비추는 작은 등불이 되고 싶다.

 

 

지금 우리 사회가 가장 놓치고 있는 ‘마음의 문제’는 무엇인가?
우리는 너무 빠르게 달리고 있다. 아이도, 부모도, 교사도 숨 고를 틈이 없다. 마음은 느리게 익는데, 우리는 자꾸 결과만 재촉한다. 그래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이 ‘들어줌’, 즉 경청이다. 안부 대신 점수와 비교가 앞서고, 아파도 솔직히 말할 자리가 없다. 마음의 병보다 말할 자리의 부재가 더 큰 문제다. 그래서 묻고 싶다. “오늘, 당신은 누구에게 안전한 사람인가요?” 이 질문 하나가 사회의 온도를 바꿀 수 있다.

 

 

심리학이 개인의 치료를 넘어 사회적 치유로 확장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치유가 병원 문턱에만 머무르지 않아야 한다. 학교의 쉬는 시간, 회사의 점심시간, 도서관 한쪽에서도 마음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전문가는 깊이 돕고, 이웃은 먼저 들어주는 첫 번째 청자가 되면 좋겠다. 결과지를 어렵게 말하지 말고, 누구나 이해할 언어로 풀어야 한다. 도움을 요청해도 불이익이 없는 분위기, 시간을 내어도 눈치 보지 않는 문화. 치유는 제도와 일상 사이의 다리에서 시작된다.

 

 

사진=(주)마음알지 홈페이지

 

앞으로의 목표나, ‘단디’가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은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


‘단디’가 만들고 싶은 세상은 간단하다. “아파도 숨지 않아도 되는 곳.” 아이는 제때 발견되고, 부모는 혼자가 아니며, 교사는 무력감 대신 희망을 찾는 사회다. 앱을 열면 복잡한 설명 대신 ‘오늘 해볼 한 가지’가 보이는 세상. 빨리 알아채고, 따뜻하게 손잡고, 끝까지 함께 걸어가는 세상. 그 길의 끝에서 누구의 하루도 버려지지 않기를 바란다.

 

 

오랜 임상 경험 속에서 기억에 남는 한 아이 또는 한순간이 있다면?


말이 늦던 다섯 살 아이가 있었다. 엄마에게 “오늘은 칭찬 한 가지만 정하자”고 했다. 일주일 뒤, 아이가 먼저 “엄마, 나 잘했지?”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 순간 엄마가 내 손을 꼭 잡았다. 점수는 변화를 확인해주지만, 사람의 말과 태도는 변화를 시작하게 한다는 걸 다시 배웠다. 그 가족의 가벼워진 어깨, 그것이 지금도 나의 나침반이다.

 

 

지금의 청년 세대나 예비 창업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


완벽한 출발을 기다리지 말자. 오늘 누군가의 문제를 십분 덜어주는 작은 해결이 최고의 시작이다. 속도보다 방향이 멀리 간다. 실패는 흠이 아니라 설계도다. 스스로에게도 친절해야 한다. 오래 가는 일은 결국 따뜻한 마음과 꾸준함에서 비롯된다.

 

 

하고 싶은 말, 전하고 싶은 말?


사람은 늦지 않는다. 아이도, 부모도, 교사도, 우리 자신도. 마음의 속도는 제각각이니까, 조급함보다 숨 한 번 길게 쉬는 게 먼저일 때가 있다. 하루 10초 만이라도 멈춰서 자신과 아이의 표정을 바라봐 주길 바란다. 그리고 서로에게 한 문장씩 건네자.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오늘도 고마워요.” 도움이 필요하면 먼저 손을 드는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단디’가 하는 일도 결국 같다. 빨리 알아채기, 따뜻하게 손잡기, 끝까지 함께 걷기. 화려한 기술보다 곁을 지키는 사람이 변화를 만든다. “결과가 두렵다”던 부모가 용기 내어 검사를 시작하고, ‘할 수 있는 한 가지’를 실천하며 표정이 달라지는 순간을 수없이 보았다.

 

부디 서로의 하루를 가볍게 해주길. 그리고 자신에게도 친절하길. 오래 가는 변화는 언제나 작은 실천과 꾸준함에서 태어난다. 나는 그 길에서, 단디와 함께 작지만 확실한 도움을 계속 만들 것이다. 오늘, 당신이 누군가의 등불이 되길 바란다.

작성 2025.11.19 15:44 수정 2025.11.19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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