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연박사칼럼] 비닐쇼핑백, 제대로 만들면 매출이 달라진다.

[중소기업연합뉴스] 김주연 칼럼니스트 = 불경기에도 매장이 버티는 곳은 공통점이 있다. 포장비용을 줄이기보다 비닐쇼핑백을 브랜딩 도구로 쓰는 우리는 장을 보고 나오면 자연스럽게 손에 비닐봉투를 쥔다. 집에 도착해서야 그 봉투를 쓰레기봉투나 재사용 봉투로 돌려보내며 한번 더 쓴다. 소비자가 하루 동안 가장 오래 들고 다니는 인쇄물은 전단지가 아니라 비닐쇼핑백이다. 지하철 안, 엘리베이터, 골목길에서 다른 사람의 봉투를 무심코 읽게 되는 경험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래서 비닐봉투는 ‘그냥 포장재’가 아니라 움직이는 간판이자 손에 쥔 광고판이라는 점에서 이미 하나의 매체로 기능하고 있는 포장물이다.

이번에 트레페베이커리, 청성골통닭, 함촌가든을 운영하는 한 회사의 HD유백양손잡이 비닐쇼핑백을 세 종류 대량 제작해 납품했다. 이 회사와는 몇 년째 디자인과 사이즈를 바꾸어가며 꾸준히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브랜드가 셋이니 봉투도 세 가지이지만, 기본 철학은 하나다. “어디서 들고 있어도 부끄럽지 않은 봉투, 멀리서도 한 번에 알아보게 하는 봉투를 만들자”는 것이라서다.

트레페베이커리는 오리와 빵 일러스트가 그려진 감성적인 디자인을 선택했다. 흑백 선 그림에 최소한의 포인트 색을 넣어, HD유백 원단 특유의 깨끗한 질감 위에 잔잔하지만 또렷한 이미지를 올렸다. 청성골통닭은 추억의 시장통닭 분위기를 살린 텍스트 중심 디자인으로, 진하게 찍힌 먹색 글자가 신뢰감을 준다. 함촌가든은 로고와 상호를 큰 여백 속에 놓아 한식당의 정갈함을 강조했다. 세 가지 봉투 모두 재질, 인쇄, 사이즈, 손잡이 구조가 브랜드별 콘셉트와 맞물려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를 만든다. 이 조합이 성공하면서 이 회사는 불경기에도 포장 판매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고, 우리는 그 봉투를 다시 제작하는 작업을 몇 년째 반복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은 “얼마나 버티는 봉투를 만들 것인가”이다. 원단을 조금만 얇게 하면 단가는 눈에 띄게 떨어진다. 하지만 손잡이가 늘어나고 바닥이 터지면 소비자는 브랜드가 아니라 봉투만 욕하지 않는다. “그 가게는 포장이 허술하다”라는 인식이 생긴다. 결국 포장 퀄리티는 브랜드 신뢰와 직결된다. 그래서 우리는 HD유백의 두께, 인장강도, 접착선, 손잡이 간격까지 매번 체크하며 제작한다. 작은 숫자 차이지만 실제로 들었을 때 손에 전해지는 느낌, 내용물을 넣고 걸어갈 때 안정감은 눈으로 보이지 않는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불황이 길어질수록 가장 먼저 줄어드는 예산이 포장비용이라는 사실을 현장에서 매번 확인한다. “이번에는 그냥 무지 봉투로 갈까요?” “색 한두 개만 빼면 단가가 많이 떨어지나요?”라는 문의도 자주 듣는다. 이해되는 고민이다. 하지만 트레페베이커리·청성골통닭·함촌가든처럼 브랜딩을 포기하지 않는 곳과 오래 일을 하다 보면 다른 흐름도 보인다. 매출이 좋아서 포장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포장에 투자했기 때문에 손님이 다시 오는 구조를 선택한 매장들이라는 점이다.

실제 매장에서 이 세 브랜드의 비닐쇼핑백을 들고 나오는 손님들을 보면 흥미로운 장면이 보인다. 어떤 손님은 빵을 다 먹고 나서도 봉투를 곱게 접어 집에 가져간다. 치킨을 꺼낸 후에도 봉투를 바로 버리지 않고 주방 한쪽에 걸어둔다. 봉투에 그려진 그림과 글자가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이 작은 행동은 “브랜드를 다시 떠올릴 여지를 남긴다”는 의미다. 사용 후 바로 쓰레기가 되는 포장과 조금 더 머무는 포장의 차이는 결국 기억의 길이 차이로 이어진다. 포장패키지 디자이너로서 나는 이 기억의 길이를 조금이라도 더 늘려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믿고 있다.

또 하나 말하고 싶은 사회적 메시지는, 동네의 작은 포장공장과 디자이너가 지역 경제의 보이지 않는 인프라라는 점이다. 대기업이 만든 파격적인 광고보다, 동네 치킨집 봉투 한 장, 동네 빵집 봉투 한 장이 삶 속에서 훨씬 자주 등장한다. 그 반복되는 노출이 결국 브랜드를 키운다. 우리가 정성 들여 제작한 비닐쇼핑백이 길거리와 집안, 사무실을 오가며 하루에도 수십 번 사람들의 시선에 스친다. 그 지루한 반복을 책임지는 것이 포장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대충의 기준으로는 도저히 작업을 할 수 없게 된다.

마지막으로 나는 비닐쇼핑백을 둘러싼 시선을 조금 바꾸고 싶다. 환경문제 때문에 비닐을 무조건 악으로 보는 시선도 있지만, 현실의 많은 자영업자는 여전히 비닐쇼핑백을 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적어도 잘 만들어 오래 쓰이게 하고, 아깝지 않을 만큼 쓸모와 미감을 담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허술해서 한 번 쓰고 바로 버려지는 봉투보다, 튼튼하고 예뻐서 여러 번 재사용되는 봉투가 환경에도, 매장에도, 소비자에게도 더 이롭다. 트레페베이커리와 청성골통닭, 함촌가든의 HD유백비닐쇼핑백을 만들며 내가 확인한 것은 단 하나다. 작은 봉투 하나에도 브랜드의 태도와 시대에 대한 감각이 고스란히 담긴다는 사실이다.

 


 

작성 2025.11.25 21:50 수정 2025.12.05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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